수몰지구대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수몰지구대 1>

난 시궁창 출신이야
이 나라 광복기념일 전야에 태어났지
내 꼬리표엔 출생일이 적혀 있어

진화했지, 물속에 수몰되어 살았어
너는 내 모습에 이성을 잃는구나

그래 누구나 이성을 잃지
혼자 감당하지 못하니까
그래도 여기가 나아

육지는 너무 위험해
너는 나의 손님이야
나는 이 물속에서 가지지 못한 것이 없어
세상의 진기한 것은 다 있지

보여줄까?
모두들 물속에 쳐 넣어버리거든


날 그대로 내 버려둬
어둡고 축축한 물속에 내가 마련한 도시


나는 한 마리 더러운 물고기 같지 않니?
그래 난 작살로 고기를 잡았어


그래도 고독의 무게는 견디기 힘들지
나의 상처를 보여줄까?


<불혹의 묵시록 > 천년의 시작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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