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지구대 2

김신영 시인

by 휘루 김신영

<수몰지구대 2―천년이 흐른다면>

조심해!
난 귀가 밝아서
네 생각도 들을 수 있거든


너의 뇌하수체는 잘 보관되어 있어
너의 풍부한 혈관들도 상태가 아주 좋아


산소발생기를 달고 수족관에 넣어
깨끗한 물을 매일 갈아주거든


온도는 자동으로 조절되지
눈물을 흘려도 돼


피펫이 있어 한 방울도 놓치지 않을 수 있거든
이것 봐 그동안 네가 흘린 눈물을 담은 병이야
어때 멋있지?

너는 갇힌 지 오래되어 꽤 난색을 표하는 것 같은데
너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

말해도 돼 스피커를 달아 놨거든
움직여도 돼 단추들을 누르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야
고기 냄새가 맡고 싶거든 말해
고기처럼 붉은 영양 덩어리 냄새를 넣어 줄게
그렇지만 나를 화나게 하면
톱밥을 넣어 산소발생을 방해할 거야

넌 한 오 백 년쯤 살았니? 난 천년을 더 살았어
그래서 너의 바스락 거림으로도 네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이만큼 살다 보니 사람들의 생각이 보여
춥고 어두웠던 지난 세월을 탓하진 않겠지?


지금은 너무 안온하잖아
앞으로도 너는 풍부한 혈관에 싸여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살 수 있을 거야
거실에서 풍겨오는 향기들도 멋지고


단추만 누르면 나타나는 영상들
맛을 씹을 수 있는 새로운 저작이 나왔으니 좀 좋으니
뇌 하나만 갖고도 못하는 일이 없잖아
넌 정말 좋은 세상에 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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