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영 시집 <마술 상점> 중
<마술 상점>
-진열대에서
손님이 성공을 집어 듭니다
당신의 것을 내려놓으시지요
깊은 가슴에서 꺼낸
실패를 서너 개 내려놓는 당신
성공은 좀 비쌉니다
하나 더 내려놓으시지요
당신은 곰곰 생각하네요
불평을 내려놓으며 한참을 서 있는 당신
진열대에 서성입니다
자신감을 집어 들고 계산대로 옵니다
무엇을 내려놓으시겠습니까
역시, 열등감을 두세 개 꺼내 놓습니다
그리고 다시 종종걸음으로 달려갑니다
잊은 게 있어요, 이건 꼭 사야 하는데 하면서
빛나는 아름다움을 집어 들고 옵니다
무엇을 내려놓으시겠습니까
당신은 추함을 내려놓으시는군요
마술 상점에 잘 오셨습니다
모두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생각보다 과한 마술이 마음에 걸립니다만
하나 남김없이 당신이 바라는 것으로
다 바꾸어 드리겠습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당신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욕심마저 내려놓습니다
다시 당신은 부지런을 집어 들고는
한참을 생각하고 있네요
그렇게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깊이 앉아 있다가
구석진 게으름도 내려놓습니다
시집 <마술상점> 시인수첩 여우난골,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