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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Apr 19. 2022

착각은 자유다

멋진 꽃이 예쁜 꽃을 들고 있는데, 부끄러울게 뭐 있는가

장모님 생신을 맞아 꽃다발을 준비할 요량으로 화원에 들렀다. 꽃집의 아가씨는 허스키하고 보이시하다. 단골 화원이라 항상 반갑게 맞이해준다. 장모님 생신이라, 블라블라, 꽃다발을라고 말하는데, 중간에 가로챈다.


아녀요, 아녀! 무조건  화분으로 하세요. 어르신들은 꽃다발은 금방 시들어  좋아 하세요. 제가 골라 줄탱게 화분으로 하셔요.”


이것 저것 골라 앞으로 놓는다. 즉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다른 ,  다른 것을 골라온다. 한참을 그러다가 결정했다. 베고니아. 그것도 장미 베고니아란다. 주인은 투명 봉투에 화분  개를 담는다. “이렇게 들고 가면 되야요. 예쁘쥬?”


화원은 수서역 인근에 있다. 나는 보통 수서역에서 집까지 걸어온다. 화분이 담겨있는 투명봉지를 내려다본다. 좋아하실 장모님의 얼굴을 떠올린다.  역시 기분이 화려해진다.


삼성병원 주변을 걸을 때까지 별일 없었다. 병원 앞은 항상 사람이 많다. 보호자를 동반하고 진료를 보는 사람들과 퇴근하는 직원까지,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는 횡단보도에는 그들로 넘쳐난다.


아랑곳않고 나는 걷는다. 그러다가 나를 돌아보게 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화분 봉지를 보다가 어느 순간 그들의 시선을 바로  얼굴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왜지?’ 하고, 나는 자꾸 궁금해한다. 몇차례 반복되다보니 부끄러움이 살짝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부끄럽지 않는다 결론내린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꽃을 들고 다니는 것이  겸연쩍었다. 왠지 찌질한  같았다. 지금은 전혀 아니다. 나이탓일까? 그것도 아니다. 멋진 꽃이 예쁜 꽃을 들고 있는데, 부끄러울게  있는가. 그래, 나는 꽃이다. 착각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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