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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May 28. 2022

주말 신소리

입은 오물오물, 생각은 오밀조밀해진다

주말은 아침을 일찍 맞이한다. 평일의 아침을 버겁게 시작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매일 출근이 무거운 과제였던 직장업자 시절엔 당연하다 여겼다.


그런데 작은 자유가 주어진 자영업자가  지금도 그렇다. 역시 마음의 소란은 돈벌이라는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배고픔도 빨라진다. 평일에는 건너뛰거나 가벼운 조치가 전부였다.


주말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빵을 굽는다. 아내가 직접 만든 오디잼을 바른다. 과일을 먹기 좋게 자른다. 살짝 칼집을  소시지를 삶는다. 못난 비주얼일 망정 스크램블에그를 만든다. 커피를 내린다. 유명 커피브랜드 원두에 스위스산 커피머신은 나의 능력을 무시하고 맛을 보장해준다.


준비를 모두 마쳤다. 2 만에 재개된 소풍에 따라나서 피곤에 빠진 아내를 깨운다. 공이 들어간 품목이 없어서인지 식탁은 공허하다. 이내 품평이 시작된다. 오디잼이 맛있다, 커피가  좋다, 과일이 먹기가 적당하다. 단어의 서술적 나열이다. 그래도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거실 창밖을 내다본다. 멀리 보이는 남한산성, 바로  앞으로 다가오는 대모산.


리모컨을 찾는다. ‘한국기행다시 보기를 부른다. 자연생활, 시골살이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조만간 파란 파라솔 아래 푸른 잔디 위에 놓여진 식탁에서 이렇게, 빵과 커피를 마십시다요!”


조만간  미래라는 , 아니 끝까지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것쯤은   있다. 하지만 마음 속에 그려놓은 시기 마저 없다면  맛이 없는 인생이다.


입은 오물오물, 생각은 오밀조밀해진다. 조용히 지켜보던 커피머신이 ‘커피   라고 말하듯이 웅얼거린다.


자발적 청소 소음이지만, 나는 ‘스위스 커피!’ 들린다. 벌떡 일어나 에스프레소 버튼을 누른다. ‘눈앞에 보이는 앞산이 바로 알프스다라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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