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통 Aug 16. 2022

[불편한 편의점 2]|을 읽고…

오직 배려와 양보와 격려로  무장한 ‘우리’가 주인공



아침 7시 넘어 귀가한 둘째가 물었다. “아빠, 무슨 책 읽어요?” 일찍 눈이 떠진 나는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불편한 편의점 2!”


아들은 ”아, 그 책이요!”하며 아는 척을 했다. 1년 전쯤 같은 제목의 1편을 읽은 나는 아들에게 책을 넘기면서 읽어보라고 했었다. 아들은 전역 후 밤부터 새벽까지 집근처 먹자골목에 있는 이자카야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가을 학기 복학을 준비 중이라 이번 달로 알바는 끝내기로 했다.


아들은  마디를 보탰다. “인근 병원 간호사 샘들이 그룹으로 와서 자리를 끝내지 않아 늦었어요!” 아들은 근무 중인 식당의 주인장의 고생담을 가끔 말하곤 했다. 코로나 때문에 엄청 힘들었다는 , 그것으로 인해 함께 일하는 부부가 자주 싸웠다는 , 먹자골목에서 늦게 까지 영업을 하는 것은 그간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 새벽녘 출출할  사장님이 음식을 만들어준다는  .


불편한 편의점 2편을 읽고 있다는 말에 아들은 세번째 질문을 던졌다. “자영업자가 되는 것, 가게의 점장이 되는 것, 그리고 회사라는 조직에서 월급쟁이가 되는 것, 그 중에 아빠는 어떤 것이 좋아요?” 월급쟁이 생활을 마치고, 현재 자영업을 하고 있는 아빠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부연설명까지 하면서. “당연히 월급쟁이지! 자영업을 하더라도 조직의 경험이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점장의 최종 목표는 걸국 주인장이 되고자 함일텐데, 이 역시 조직의 경험이 가게의 성장과 역량 발휘에 동기부여를 하게 될거다.”


자영업자의 삶은 분명히 팍팍하다. 아들 역시 알바를 통해 그 사실을 간파한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 2는 자영업자의 고통 보다는 편의점의 민낮을 드러낸 생활 밀착형 소설에 가깝다. 평소 작가는 “독자에게 익숙하고 살가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불편한 편의점 2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다.


역시나 기대와 다르지 않다. 1편 처럼 선량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취업준비생이 나오고, 잘난 형한테 치인 고등학생이 나오고, 삶이 꼬여 저 밑 인생을 사는 사람이 나오고, 자기 사업을 말아먹고 엄마와 부딪치는 불운한 아들이 나오고, 코로나로 어려워진 정육식당 주인 부부의 갈등이 나오고, 또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리고 힘이 되어주려는 사람들이 나오고.


세상의 흐름은 막힘이 없다. 단지 사람들 앞에 놓여진 돌멩이들과 막아선 벽들이 그 사람의 발부리를 걸고 진행을 막을뿐이다. 불편한 편의점을 거쳐가는 사람들, 그 주변인들 역시 그렇게 걸리고 차인다. 하지만 우리와 똑같은 그들은 위축의 과정을 거치나 결코 좌절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이 무엇이냐?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우문우답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문제는 우리에게 답이 있다. 그 불편함도 우리가 해결한다. 우리와 같은 사람이 편의점을 이용하고, 우리와 같은 사람이 편의점을 지킨다.


불편한 편의점의 서사가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고, 우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온갖 세상사가 날카롭고 예민하고 욕심부리고, 또 혹자들은 잔머리로 사람을 기만하고, 힘이 센 자들은 남을 누르고 올라서려 하고, 가진 자들은 더 많은 것들을 쟁취하려 한다. 하지만 ‘우리’ 만은, 우리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그 우리들의 편에 서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고, 우리들의 정거장이 된다. 작가는 욕심과 권력과 반목을 소설 속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오직 배려와 양보와 격려로  무장한 ‘우리’를 작품의 중심에 넣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고맙다. 불편한 편의점 1편은 7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2편 역시 사전 요청이 많아 1쇄만 10만 부를 찍었다고. 바로 ‘우리’, 평범한 우리들의 이유있는 사랑이다.

작가의 이전글 경북 상주 함창 <카페 버스정류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