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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Dec 30. 2023

노후냐 자식이냐

40대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하해같아라

어제 저녁, 소주 한 잔 후 귀갓길에 택시를 탔다. 택시를 예약한 후배는 여성 기사 분이라고 했다. 바로 개인택시가 왔다. 니트 모자를 썼는데, 장년의 나이쯤 되어 보였다.

우리를 만났기 망정이지 꽤 늦은 시간이라 기사 분이 조금 걱정됐다. 후배의 인성이 훌륭하고, 나 또한 나쁜 놈이 아니지만, 요즘 세상에 여성 운전자의 심야 운행이라니….

여하튼.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제 은퇴하시고 조금 쉬시지 그러세요?”

“아뇨!” 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저희 아들한테 개인택시를 물러 줄거라서, 그 때가 될 때까지 계속 운행해야 해요.”

하면서 기사분은 과거의 인생 이야기를 서슴치않고 건네줬다.

“아이가 6살 때 남편이 돌아갔어요. 안 해 본 것 없이 일하면서 돈을 벌었고, 아이를 키웠어요. 30년 전에 수서동 궁마을에 단독주택을 1억 3000만원에 샀어요. 지금은 39억 원이 넘어요. 아이는 잘 자라서 지금 서초구 S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며느리는 강남구 S여고 수학교사고요. 결혼할 때 내가 7억 원을 내고 사돈댁에서 5억 원을 보태서 강남 도곡동에 아파트를 사줬어요. 지금은 부부 교사에 강남 아파트에 부러움없이 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요. 개인택시 면허증을 물려줘야죠!“

유일한 자식이라서인지 40대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은 그야말로 하해와 같았다. 나는 뭔가? 나는 뭘 했는가? 질문이 나를 향했다. 답은 쉬이 나오지 않고, 나의 노후를 생각할수록 우리집 ‘루체’만 자꾸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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