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별아의 <월성을 걷는 시간>을 읽고…

잠들어있는 신라 왕궁의 천년을 찾아가다

by 별통

경주를 향한 사랑이 일회에 그치지 않았다. 아주 오래갔다. 나의 지역 사랑이 경주(김씨여서가 아니라)가 가장 컸다. 수학여행이 처음 방문이었다. 신혼초 주말부부 시절, 대구에 근무하던 아내를 보러와 둘이 경주 여행을 다녀왔다. 허니문 리바이벌이라며 당신 꽤 비쌌던 힐튼호텔에 머물렀다. 이후에도 여름 휴가차 몇차례 다녀왔다. 몇년 전에도 머물렀다. 황리단길의 여운이 지금도 전율이다.


경주 사랑이 변치 않았던터라 오래전 주말판 신문의 도서 소개 지면에서 발견한 책이 김별아 작가의 <월성을 걷는 시간>이었다. 오랜, 긴 시간을 찾아나선 역작이라서인지 책을 사놓고도 나의 손에 들리기까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은 천년을 잠들어있는 신라의 왕궁, 월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러나있는 역사를 말하기 보다는 숨어있는, 모르고 있었던 신라의 역사를 찾아내는 이야기였다.


기적같은, 보물같은 내용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 아직도 월성은 발굴의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흘러 천년동안 잠들어있던 신라의 침묵이 깨어났을 때 그 폭발성을 짐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월성을 걷는 시간은 신라를 기억하며 경주를 여행하는 시간인 동시에 ’신라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는 끝맺음은 과거의 흔적을 가슴이 뛰도록 찾아가는 작가의 열정을 읽는 것 같아 숙연함까지 마음에서 들고 일어났다.


월성에 살았던 이들의 술문화가 현재의 그것과 비슷하고,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흔적의 발굴은 놀랍고 신기했다. 더 나아가 발굴 현장 사람들의 인터뷰는 신선했다.


그 중 작업반장이 느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은 신라인의 숨결이 현재인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것처럼 흐뭇했다.


‘저 역시 경주 사람입니다. 물론 밥벌이로 흐는 일이지만 내가 태어나 살고 있는 땅에서 선조들의 흔적과 역사를 찾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_184쪽


월성을 걷는 시간을 찾아 들어갔지만, 골목골목 마다 사람 가득한 황리단 길을 걸었을 때 느꼈던 청춘 같은 마음의 출렁거림은 없었다. 하지만 월성의 역사성을 뒤집어 무언가를 꺼내려는 작가의 집념과 애정 만큼은 강하게 느겨졌다.


천년의 무게감이 종이 한 장 한 장에 실려있는 것 같은, 책을 덮었다. 역사를 전공한 아내한테 수년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멱살을 잡히는 느낌으로 주입식 훈육을 받았던 나는 뜻밖에 역사적 사실을 찾아낸 것 처럼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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