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있는 삶을 우선해야 뒤늦은 후회가 비집고 나올 틈이 생기지 않아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가? 정말 그런가?
보통의 사람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지난 한 해의 1년짜리 삶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은 성찰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노래가 되면서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반성의 시간을 알리는 시그널처럼 그렇다.
누구나, 너나 할 것 없이 한 해의 끝과 시작의 교체 시점이 될 즈음이면 자꾸 뒤를 돌아본다. 어는 곳에도 과거가 머물러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고작 일년 살이 인생처럼….
아무리 고개를 뒤로 돌려보아도 두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미 연기처럼 사라진 옛일이 되어서다. 과거로부터 얻어낸 소득은 없고, ‘그것은 이제 과거일뿐’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사람이라서, 자꾸 후회의 가짓수가 줄줄이 늘어남을 느낀다. 그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역시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라며 통제할 수 없는 과거에 손을 들고 만다. 이렇듯 후회의 과정은 보통 사람들이 연말연시에 느끼는 일반화된 삶의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후회의 골짜기를 겨우 벗어났는데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삶에 있어서 후회는 번뇌의 과정이 된다.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가 결국 체념 만을 남길 때가 있다. 후회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혜를 얻지 못하고 단념에 그치면 새로 시작하는 한 해의 밑그림은 오리무중이 된다. 하지만 체념을 넘어서서 후회를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으면 날카로운 채찍으로 작용해 삶의 도약에 도움을 준다.
후회는 속박에 불과하다. 그래서 후회를 덮어버릴, 더욱 강한 도량을 마음으로부터 끄집어내야 한다. 후회는 그 순간까지 살아왔던 것들의 미련을 정리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자꾸 후회와 후회가 거듭되게 해서는 안 된다. 후회 쪽으로 방향을 트는 마음은 행동이 잡아주어야 한다. 그것이 성찰이다. 후회를 성찰로 연결시키면 비로소 삶은 나한테 행복하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러니 행복하고 싶으면 후회의 크기와 횟수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김 훈 작가의 <허송세월>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이 보이는데, 햇볕을 쏘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허송세월이라 할지라도 누구든 삶의 자취는 남는 법이다. 그것은 두루미가 날개 짓을 하듯 사람은 삶의 호흡이 죽지 않도록 – 결국 후회가 없도록 - 흥과 신명이 식지 않게 해야 함을 말함이리라. 몸과 빛으로 가득 찬 허송세월을 만들려면 후회의 시간을 줄여야 함을 의미한다는 것으로 나는 이해했다.
사람한테는 후회의 절반이 ‘행동’에서 나온거라면 나머지 절반은 ‘말’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행동이나 행위의 후회보다 말로 인한 후회가 오래 간다. 행동이나 행위는 나로부터 나와 상심을 생산하는 것이고, 말로 인하여 생겨난 후회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니까.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말로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이다. 말이 비수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누구한테든 후회는 결국 과거와의 싸움이다. 나는 후회의 수렁에 빠지지 않게끔 이렇게 하고 있다. 평소 스승으로 삼고 싶었던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그의 언행을 깊이 사고한다. 그러다 보면 사람으로 인한 후회의 크기가 줄어든다. 목표와 목적을 정함으로써 흔들리는 마음이 중심을 잡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에게 ‘후회하지 말자!’는 항상, 학창 시절 교실 전면부 높은 곳에 붙어있는 급훈처럼 나를 정신을 차리게 한다. 머릿속에서 뛰쳐나와 바로 실행으로 연결해주는 따끔한 회초리 같아 후회할 때마다 자신을 때린다.
일본의 작은 시골 청과물 가게를 물려받은 후 후르츠산도로 16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청년 기업인이 된 오오야마 고오키(<오늘부터 제가 사장입니다이라는 책을 펴냈다)가 국내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 몰라 갈팡질팡할 때 ‘내가 선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든다’는 각오를 하면 어느 길로 나아가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후회하지 않을 각오로 2025년 새해에 임하려면 도전에 뛰어드는 길을 만들고, 그렇게 낸 길이 결코 후회하지 않도록 만들어보자. 그래도 후회의 작은 부스러기가 꿈틀대면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해보자. 후회는 결국 나를 통하기 마련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후회가 시동을 걸면, 인생과 삶에 대한 결과를 점검하는 계기로 만들어보자. 그러다가 삶을 향한 기대가 흔들릴 만큼 큰 후회에 빠지게 되면 서슴없이 후회의 멈춤을 시도하고, 힘들더라도 바로 후회를 응원으로 바꾸어보자. 사람은 뒤 보다는 앞을 보고 강렬하게 살아야 내일 웃을 수 있는 법이다.
또 새해이다. 예전에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썼던 글 하나를 끄집어 내본다.
‘욕심과 소유를 내려놓는다는 것, 참 편한 일이다. 사랑과 행복을 끌어당긴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기쁨과 환희를 몸에 넣는다는 것, 참 벅찬 일이다. 희망과 소망을 불어넣는다는 것, 참 환한 일이다. 슬픔과 고통을 떨어트린다는 것, 참 매운 일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나눈다는 것, 참 복된 일이다. 세상이 세상을 감싸 안는다는 것, 참 성찬 일이다. 후회와 크기를 줄인다는 것, 숨어있던 웃음을 찾는 길이다.’
1월은 겨울이라 춥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겨울나무가 동토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봄이 그리워해서가 아니다. 추위와 폭설의 외압에도 의연히 버텨낼 수 있는 지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회는 과거이고 희망은 미래이다. 자신감 있는 삶을 우선해야 뒤늦은 후회가 비집고 나올 틈이 생기지 않는다. 벌써 후회 않는 1월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