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청록으로 살아갈 시간이 있어 세월에 항복해도 나는 행복하다.

by 별통

새벽에 루체가 잠꼬대를 한다. 무슨 꿈이라도 꾸는건가. 인간이 되는 숙명의 변화를 이루었는가, 꿈에. 바스락거리며 나의 배 위로 올라탄다. 얼굴을 핥는다. ‘어서 일어나라!’는 루체 메이드 모닝콜이다.


샐러드 만큼 신선한 아침이다. 샐러드를 한참 주워먹는다. 잠시 잊고 있던 커피잔을 들어 향을 먼저 들이킨다. 이어 한 모금을 마신다. 밤새 움츠러있던 마음부터 커피 향이 스며든다. 샐러드와 커피는 단짝처럼 뭉친다.


숙제가 없는 하루, 숙제를 만든다. 빌려온 책 읽기를 끝내고, 몇 장 남지않은 어학책을 마무리하고, 루체와 함께 드라이브 겸 용인에 반찬을 사러가고…. 이상하게, 나이가 들면서는 숙제가 거의 나를 위한 것들이다.


그가 색깔을 논하고 있다. 노란 플레이트 때문이다. 고급스럽다고 말한다. 사실, 칼라 리더십이 있다. 심벌이나 CI 분야 외 사람과 삶이 그렇다. 개인이나 조직은 선호하는 칼라가 있다. 기분이나 상황, 상태를 색깔로 표현한다. 장밋빛 인생을 좋아하지 않지만, 무지개같은 삶을 살아왔어도 그 인생 역시 선호하지 않는다. 그냥, 푸른 삶이 좋다. 청춘일 때도, 노년이 되더라도 푸른 인생! 파란 인생도 괜찮다. 몸과 마음에 멍이 들더라도 깊이와 성숙함이 있는 것 같아서다.


커피 같은 향내가 나고, 푸른 삶이 지속되고, 완성되지 않아 해야 할 공부가 남아있고, 청록으로 살아갈 시간이 있고, 세월에 항복해도 나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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