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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Aug 10. 2021

세월의 풍파 마저 아름다운 절

사찰기행 1_ 전남 해남 미황사

어떤 욕망이 있는지 물었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작은 절에서. 답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답을 만들었다. ‘너의 역할에 집중해라!’. 떠나고 남는 것, 그것이 현실이다. ‘떠남’은 물러간다는 것이요 ‘남음’은 너의 역할을 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스님의 목탁은 나를 떄리고, 나는 나무아이타불로 반응한다.


미황사는 수차례 찾아갔지만 나로부터 나오는 첫 마디는 여전히 ‘탄성’이다. 8월의 햇살은 불같았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였을까. 뜨거운 몸과 다르게 마음은 시원했다.


달마산 기슭에 있는 최남단 절 미황사의 미는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은 금인의 황홀한 색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달마산 기슭에 있는 최남단 절 미황사(美黃寺)는 한자 그대로 노랗게 아름다운 절이다. 미황사의 미(美)는 소의 울음소리가 하도 아름다워서 따온 것이고, 황(黃)은 금인의 황홀한 색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화려하게 채색되지 않는, 해풍에 씻겨 누렇게 바뀐 나무빛깔이 바로 단청보다 우월하다. 대웅전 앞마당에 들어서면 그 자리에 서서 자연스럽게 빙그르르 한 바퀴를 돌아보게 된다. 원형의 그림 같은 모습 때문이다.

해풍으로 닳아진 나뭇빛깔은 화려한 단청보다 우월하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미황사를 이렇게 안내했다. 


‘땅끝으로 가는 들판을 가로지르다 보면 마치 공룡의 등뼈 같은 달마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정상 가까이에는 고색창연한 미황사라는 아름다운 절이 있다. 만약 일정이 허락되어 여기에 잠시 머물며 미황사 대웅전 높은 축대 한쪽에 걸터앉아 멀리 어란포에서 불어오는 서풍을 마주하고 장엄한 낙조를 바라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답사의 행복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미황사는 신라 경덕왕 8년(749)에 창건해다고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천천히 걷는 발걸음이 닿는 흙까지 아름답다. 수많은 스님들의 수행과 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미황사는 해탈의 경지를 드러내어 마치 노승을 닮아 보였다.


고색창연한 미황사는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다.


대웅전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은 흡사 바다를 담고 있다. 게와 거북이, 문어 등 바다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웅전이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배를 상징한다는 것을 말함이란다.


게, 거북, 문어 등 대웅전 주춧돌에는 바다가 들어 있다.


대웅전 내부 천장은 미술작품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범어가 새겨져있다. 불상을 그린 벽화는 오랜 세월 속에서도 보물 같은 존재감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바래진 불상 그림은 아주 오래된 명화를 접하는 듯 하다.

대웅전 앞 누각 자하루에는 ‘천불’의 모습이 있고, 다가가면 바로 합장의 힘을 안긴다. 부처의 표정은 공(空)일지라도 마음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천불은 저절로 합장의 힘을 만들어낸다.


나는 마음의 성장판이 여전히 닫히지 않았음을 알았다. 오늘도 마음이 나를 가르친다. 내가 만든 마음의 죽비가 나를 때린다. 


‘부침을 겪은 삶이 더 아름다운 법이고, 부족함이 오히려 가득참 보다 나은거다. 이리 저리 차이는 돌같은 인생이라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고, 아름다움이 번져갈 수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떠남은 다시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다.’ 


꼭 만나보고 싶었던 금강스님을 뵙지 못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다. “달마산에 미황사가 있어 산이 아름답듯이 미황사는 금강 스님이 계셔야 아름다운 절입니다.”라고 했던 미황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호소문 때문이다. 미황사에 남겨진 금강 스님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떠난 금강 스님의 아쉬운 흔적은 대신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자연이고, 또 사람이다. 그 두 개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이 미황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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