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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Sep 28. 2021

가을 궁상

파란 하늘은 스리슬쩍 터지고, 빈 사이를 구름이 비집고 나온다

눈길 두는 곳마다 가을이 자리잡았다. 

햇살이 나무 위로 떨어진다. 

가을은 수많은 사람들을 산 속으로 불러들일 요량이다. 

가열찬 여름은 장막을 치고, 가을한테 길을 내 놓았다. 

야성이 가득했던 여름이 가을의 매혹스러움에 꼬리를 내렸다.


바래진 햇빛이 쏟아진다. 

빛은 나무에 쪼이고, 나무는 그 잎을 통해 반란을 꿈꾼다. 

나무는 이내 곧 붉은 빛이었다가 노란 빛이었다가 푸른 얼굴을 총천연색으로 염색할 것이다. 

가을 빛과 바람이 공격해도 나무는 그저 버틸 뿐이다. 

뿌리를 땅에 박고 외따로 머지 않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겨울을 준비하고자.......


이제 세월을 되찾는 일은 나의 몫이다.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과거는 거짓인 양 사라져버렸다. 

잃어버린 지난 시간을 찾으려고, 자신한테 강요하지 않겠다. 

벗어난 길을 제 자리로 돌려놓으려고, 묵직하게는 느끼지 않겠다. 

앞으로 걸어가는 발자국을 그린다. 

후에 그 발자국의 움직임이 향기로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의 발자국은 매일 새로운 흔적으로 길을 만든다.


가을바람 한 움큼이 선연하게 와 닿는다. 

파란 하늘은 스리슬쩍 터지고, 빈 사이를 구름이 비집고 나온다. 

나는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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