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축복으로 다가와 세상이 불꽃처럼 빛이 나기를...
열린 버스 창문으로 들어 오는 바람이 한 여름의 에어컨 만큼 차갑다. 시간은 퍼즐을 밎추듯이 비워있는 자리를 찾아가나보다.
가을이 왔다. 가을바람이 도시 한 복판에도 숨바꼭질하는 술래 몰래 살짝꿍 찾아 왔다. 한 낯에는 여름이 숨어 있는 곳으로 가을냄새를 발사한다.
가을은 버스를 타듯이 세상의 빈 공간에 몸을 실었다. 가을이 꽉찬 버스 안에서 부대끼는 승객들처럼 나의 온몸에 부딪친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를 쓸어 올리는 여인의 손길도 지난 날보다 여유롭다.
가을은 그렇게 왔다. 내가 보내지 않은 여름을 가을이 보냈다. 한 여름날의 한가위 때문인지 올 가을은 풍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가을이다. 하늘을 우러러 신앙처럼 기도한다. 가을이 희망으로 다가와 부푼 풍선처럼 하늘을 날 수 있기를... 가을이 사랑으로 다가와 비워진 공간이 채워지기를...가을이 축복으로 다가와 세상이 불꽃처럼 빛이 나기를...
사진_ 영동교에서 바라본 남산 너머 가을하늘과 가을을 찾다 올려다 본 무역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