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낙엽만큼 두터워질 때 뒤를 돌아보는 건 아픔이다
가을이 떠났다. 홀쭉해진 나무는 인생의 거품이 빠져나간 아버지 같다. 허공에 매달렸던 잎새들은 땅에 구르며 맛있는 연기처럼 마지막 혼을 팔려는 어머니 같다.
세월이 흘러가는 것이 어디 슬프기만 한 것인가. 나무의 나이테 처럼 잉태된 경험의 누적이 인생이다. 세상을 돋보기 보듯이 들여다 볼 수 있음이 관록이다. 바람에 실려 인생의 각질이 떨어질 때면 우리는 술잔을 부딪치며 고뇌의 순간을 보냈다.
세월을 먹고도 사찰의 나무처럼 의연해지려 했다. 시간에 시간에 더해져 쌓인 낙엽만큼 두터워질 때 뒤를 돌아보는 건 아픔이다. "아픔이 있는 편이 그래도 좋은 거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위험한 건 아픔 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라고 한 하루키가 있는데, 아픔도 인생이다. 달 그림자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후회하는 건 슬픔이다. 슬픈 역사가 오래 기억된다.
가을의 인생은 아름답다. 모두 주고 떠나가는 인생이지 않는가. 쓸쓸함은 그저 생각의 도발일 뿐이다. 무탈하게 이 가을과의 이별은 다음을 위한 약속이다. 인생을 걸어 사랑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사랑만이 인생의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보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