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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Dec 11. 2021

사는게 뭔지…

세상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을까?

주유소에는 여성 직원  분이 일을 하고 계신다.  분은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 사업장이 한가할 때는 주변을 청소하신다. 손님들이 다녀오면서 놀란다는 깨끗한 화장실도 그분의 노력 때문이다. 남자 직원들에 비해 적극적인 고객관계는 부족하지만 성실함이 부족한 적극성을 채워주는 경우다.

최근 일어난 일이다.

“저희 딸아이가 쌍둥이를 임신했대요? 많은 나이에 결혼하면서 사위가 장남이라 임신이 늦어지는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했는데, 쌍둥이라니 정말 기쁩니다.” 직원은 잔뜩 들뜬 얼굴로 자랑스러워하면서 말했다.

“오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잘 되셨군요. 아무쪼록 건강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주셔야겠어요.” 라고 답하자 고개를 숙여가며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언뜻 지난달 28일이 생일인 것을 깜빡한 나는 생일 축하금을 바로 송금해드렸다. 그러고서는 “제 때 챙겨 드리지 못해 죄송한데요. 임신 축하 겸 잘 됐다 싶어요. 딸 부부를 불러서 온 가족들이 축하하면서 맛있는 식사자리 한 번 가지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주유소는 사업장 특성 상 직원은 주 1회 휴무를 한다. 여성 직원은 매주 월요일이 쉬는 날이다. 지난 월요일 아침에 여성 직원이 주유소 사무실에 들렀다.

“어쩐 일이세요?” 내가 물었다.

“알바하러 가기 전에 커피 한 잔 하러 왔어요!”

이어 사무실 문을 열고서 누군가를 불렀다. 곧 남편되시는 분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손으로 감싼 종이컵에 호호 바람을 불어가면서 커피를 달게 마셨다.

“어디 좋은데 놀러 가세요!”

“아뇨! 일하러 가요!” 남편 분이 말했다.

“쉬는 날에 무슨 일을...”

“오전에 건물 계단을 청소하러 가요!”

“쉬는 날 온전히 쉬시지고 못하고...”

“딸아이가 쌍둥이를 임신했으니 외가에서 돈을 좀 모았다가 딸아이를 도와주고 싶어서요.”

나이가 70이 훌쩍 넘은 남편이 자세하게 설명했다. 나중에 다른 직원에게 들어보니 쉬는 날에도 종종 일을 하러 다닌 모양이다. 계단 청소를 하면 1시간에 1만원을 번다고 했다.

그의 딸은 올 2월에 결혼했다. 천안에서 치룬 결혼식장에 아내랑 동행해 축하를 전했다. 당시 결혼식장의 신부접수대 뒷편에는 내가 보낸 화환이 유일하게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 ‘정말 잘 한 일이다!’라고 생각했다. 지인들 경조사에 가면 경조 화환들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다. 그날 나는, 보통의 현장이 그렇다라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집들이 그런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우습게 봐왔던 화환의 절실한 필요성을 처음 느낀 날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전봇대 꼭대기에 까치 한 마리가 앉아있다. ‘누구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기다리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넓고 크나큰 세상은 좋은 일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수 있을까? 나는 또 누구에게 어떻게 기쁜 소식을 전해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을까?

하지만, 세상은 결국 가진 자들만의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꿈을 꾸면서 세상을 살아갈까? 아니, 꿈을 꾸면 세상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해줄 수 있을까?

아마, ‘그런 기대일랑 하지말고, 그냥 분수대로 살아라!’라고 할 것 같다. 결국 세상은 벌罰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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