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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Dec 13. 2021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윤정현 산문집을 읽고…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서슴없이 책을 주문했다.  두가지의 이유가 나를 유혹했다.


하나는 작가의 고향이 강진이라는 것. 강진은 나의 고향 해남의 옆 동네이다. 고향이라곤 하지만 너무 일찍 떠나온 나는 작가가 말했던, “태어난 곳이기에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라는 것보다 더 고향을 모른다. 그럼에도 해남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완도, 장흥이라는 동네의 서사가 나오는 것이, 마치 고향의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고향은 나이의 숫자가 커질수록 자석 앞에 놓인 쇳가루처럼 끌리는 법이다.


다른 하나는 책 제목의 매력이다.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과연 그런 곳은 어떤 곳일까? 궁금함이 1초 밖에 남지 않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글은 작가가 귀향의 11년 동안 써넣은 산문들이다. 그러나 여행기에 가깝다. 그것도 지상파 프로그램 ‘1박 2일’처럼 그저 장난치며 시간을 떼우는 것이 아니라 tvN의 ‘바퀴달린 집’이 보여준 픙광과 유랑자의 디테일한 삶을 리얼하게 전해주는 그런. 글은 가끔 나를 놀라게 하고, 슬프게도 하고, 궁금하게도 하고, 안타깝게도 한다. 결국은 고향이 그렇지 않던가. 놀랐고, 슬프고, 궁금하고, 또 안타까운.


작가는 올해 2 18 새벽 향년 5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슬펐고 안타까웠다. 눈을 감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읽은 책을 가슴에  안고, 그가 글로 건네준 언어의 의미를 고스란히 넘겨받을 요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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