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흔들려도 자기가 일으킨 바람에 올라타야 한다
고교시절 수학선생님 별명은 ‘색시’였다. 하얀 얼굴에 양쪽 불이 붉어지면서 새색시 같았기 때문이다. 고운 얼굴에 비해 마음은 차가웠다. 시험을 마치고 결과가 나오면 항상 매를 들었다. 그 매는 굵직한 대걸레 자루로 만들어진 무기 수준이었다. 휘두르며 때리는 부위도 엉덩이와 무릎 사이 허벅지였다. 공격을 당한 부위는 지금 생각해도 무척 아팠다는 기억이다.
오늘 산에 올랐다. 잔뜩 무장을 했지만 추위는 매서웠다. 정상에서 마주치는 바람이 얼굴을 공격했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러면서 고등학생 때 허벅지의 수난이 생각났다. 40여년 전 기억의 인기척은 왜 갑자기?
과거는 상처이면서 교훈이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대목이 불쑥 찾아오곤 한다. 예상치 못했던 바람처럼. 인생의 바람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몸이 흔들려도 자기가 일으킨 바람에 올라타야 한다. 그래야 바람風을 이길 수 있고 바람希을 이룰 수 있다. 바람에 잠시 흔들릴 수는 있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