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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Dec 22. 2021

오늘 하루도 당신거예요

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티끌만한 크기라도 도움이 됐으면…

이른 아침,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어둠이 꽉찬 공간 속에서 움직임을 시작하면 여유로움이 풍부해진다. 부지런하고 부유해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나 혼자뿐이다. 고스란히 귓속으로 침투하는 음악의 울림은 행복을 공짜로 살 수 있다. 줄곧 음악 만 이어지는 것보다는 DJ가 전해 주는 청취자의 글들도 좋다. 명DJ는 항상 청취자와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이었다. DJ 소개하는 청취자의 사연은 이랬다.



아버지는 중증 질환으로 투병 중이신데, 치매까지 왔다.  와중에 아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아들은 병원비 걱정 보다는 오히려 고마워한다. 아버지의 간병에 집중할  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아버지와 함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DJ는 사연을 소개하면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감성은 공감의 힘이다.


오늘 아침에 DJ는 이런 글을 소개했다.  이병률의 시 <틀>이다.


치아가 이상해서 치과를 찾았더니

뭔가 참을 일이 많은 직업을 가졌냐고 묻는다

의사는 이에 실금이 많이 가 있다고 했다

왜 이렇게 윗니를 아랫니에 꽉 무느냐 했다

요즘 제가 참는 건 혀입니다, 라고 했더니

감정을 참느라 이가 성한 게 없다고 하였다

요즘 참는 건 돌아다니는 일이라고 내심 말을 바꾸려는데

어딜 좀 걸으면서라도 자기를 달래라고 하신다

잘 때도 이를 하도 꽉 물어서

어금니는 아예 닳았노라 했다

치아의 틀을 떠서 나에게 보이며

이에 쉼표라곤 없다곤 설명했다

먹는 일 끝내고도

말하는 일 마치고도

쉬는 동안까지도 참아야 했다니

틀을 떠놨으니

제대로 참고해야겠는 일은

살아 있음을 참느라

생을 종잡을 수 없었던 일


DJ의 이야기 모두 듣고 이를 깨물어 보았다. 금이 간 곳이 많은 건 아닌지 궁금했다. 그래서 참아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세상의 삶이라는 것이 누구든, 이를 꽉 깨물어야 견뎌낼 수 있는건가. 보통 사람들의 삶들은 이를 깨물고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겠지?라고 나 자신과 대화했다.


어둠은 빛으로 거둬낼  있다.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처럼 세상의 모든 삶들한테도 빛이 비춰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먹는   조각과 커피  잔이   보다는 행복으로 다가올  있는 삶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태양의 비춰짐이 한 곳 만이 아니라 그늘지어진 모든 곳에 비춰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티끌만한 크기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DJ의 말 한마디가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것 처럼.


DJ 2시간의 진행을 마치면서  이렇게 끝인사를 한다. “오늘 하루도, 당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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