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티끌만한 크기라도 도움이 됐으면…
이른 아침, 차를 가지고 출근했다. 어둠이 꽉찬 공간 속에서 움직임을 시작하면 여유로움이 풍부해진다. 부지런하고 부유해지는 기분이 들어서다.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물체는 나 혼자뿐이다. 고스란히 귓속으로 침투하는 음악의 울림은 행복을 공짜로 살 수 있다. 줄곧 음악 만 이어지는 것보다는 DJ가 전해 주는 청취자의 글들도 좋다. 명DJ는 항상 청취자와 공감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몇 달 전이었다. DJ가 소개하는 청취자의 사연은 이랬다.
‘아버지는 중증 질환으로 투병 중이신데, 치매까지 왔다. 그 와중에 아들은 직장을 잃게 된다. 아들은 병원비 걱정 보다는 오히려 고마워한다. 아버지의 간병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하다.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DJ는 사연을 소개하면서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감성은 공감의 힘이다.
오늘 아침에 DJ는 이런 글을 소개했다. 이병률의 시 <틀>이다.
치아가 이상해서 치과를 찾았더니
뭔가 참을 일이 많은 직업을 가졌냐고 묻는다
의사는 이에 실금이 많이 가 있다고 했다
왜 이렇게 윗니를 아랫니에 꽉 무느냐 했다
요즘 제가 참는 건 혀입니다, 라고 했더니
감정을 참느라 이가 성한 게 없다고 하였다
요즘 참는 건 돌아다니는 일이라고 내심 말을 바꾸려는데
어딜 좀 걸으면서라도 자기를 달래라고 하신다
잘 때도 이를 하도 꽉 물어서
어금니는 아예 닳았노라 했다
치아의 틀을 떠서 나에게 보이며
이에 쉼표라곤 없다곤 설명했다
먹는 일 끝내고도
말하는 일 마치고도
쉬는 동안까지도 참아야 했다니
틀을 떠놨으니
제대로 참고해야겠는 일은
살아 있음을 참느라
생을 종잡을 수 없었던 일
DJ의 이야기 모두 듣고 이를 깨물어 보았다. 금이 간 곳이 많은 건 아닌지 궁금했다. 그래서 참아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세상의 삶이라는 것이 누구든, 이를 꽉 깨물어야 견뎌낼 수 있는건가. 보통 사람들의 삶들은 이를 깨물고 살아가는 경우가 훨씬 많겠지?라고 나 자신과 대화했다.
어둠은 빛으로 거둬낼 수 있다.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처럼 세상의 모든 삶들한테도 빛이 비춰졌으면 좋겠다. 아침에 먹는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이 한 숨 보다는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삶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태양의 비춰짐이 한 곳 만이 아니라 그늘지어진 모든 곳에 비춰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의 삶이 타인의 삶에 티끌만한 크기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DJ의 말 한마디가 행복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는 것 처럼.
DJ는 2시간의 진행을 마치면서 늘 이렇게 끝인사를 한다. “오늘 하루도, 당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