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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Jan 10. 2022

옛날 옛적 그리움이 살아 있는… 천년고도 경주

낮에는 평화로운 추억의 발자국이, 밤엔 아름다운 세월의 흔적이 나를 안았

황리단길에서 신라의 청춘을 만나다


지난 금요일 늦은 밤, 주말에 여행을 갈까? 라는 혼잣말 같은 한 마디에 “경주!”라는 답이 돌아왔다. 타이틀은 방학기념 여행. 급히 숙소를 예약했다. 아침 8시에 출발, 논스톱으로 도착해 아침식사를 맷돌순두부집에서. 



평소 황리단길을 걸어 볼 마음이 적지 않았다. 식사 후 황리단을 티맵에 입력 후 출발. 주차할 곳이 없어 수차례 맴돌다가(맷돌 먹어서 돌고 돈 듯!) 겨우 주차했다. 넘어진 김에 쉬워간다고 천마총을 포함하여 대릉원 산책. 천년의 길조라는 흰까마귀를 비롯해 파란 하늘을 비행하는 3마리의 까마귀를 볼 수 있는 행운까지. ‘3’의 의미도 조화롭고.



황리단길, 이름이 좋다. 카페와 식당이 전부이지만 사람이 넘쳐난다. 사랑채1894 카페에서 티라미수케이크와 팥물찐빵으로 쉼표를 찍다. 나오면서 “왜 1894냐?”고 물었다. “이 곳이 1894년에 지어졌어요!” 



다음 코스는? 바람이 부는대로 발길이 옮겨지는대로다. 여행이 참 좋다!


이처럼 밤이 아름다운 건 처음이라…


경주는 야경의 도시이다. 탁 트인 전망은 빛을 단절하지 않고 온 세상에 흩뿌린다. 찬란한 빛의 힘이 어둠을 압도한다. 화려한 밤의 빛깔은 과연 경주의 상징이다.

월정교의 화려함은 조명 탓이 아니라 단청의 작용이다. 불빛의 반전이 비추어낸 물위의 휘황찬란함은 빛의 윤슬이다. 윤슬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다. 이또한 감동의 연결이다.


첨성대는 이렇게 작았나 싶다. 하늘을 바라봤던 옛날의 역할이 지금은 하늘에서 내려온 아우라를 받아내고 있다.


첨성대 옆에 있는 대릉원의 밤 풍경도 천년을 간직한 누드를 드러내고 있는 듯 하다. 아래로부터 쏘아진 빛들의 공격은 시각을 혼미하게 만든다. 동궁과 월지가 공사 중이라 야경을 접하지 못한 것은 다음 번에 다시 경주를 찾아야 할 이유가 된다.


황리단길 료코에서 맛본 료무라이스와 로제카레, 새우튀김은 서울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맛이다.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난듯이 한참 동안 감상한 후 눈으로 먼저 먹고나서야 숟가락을 들수 있었다. 경주 여행은 별 다섯이다. 경주의 밤하늘에서 봤던 별도 다섯이었다.


옛날을 향한 그리움을 마음에 담아…


경주의 시그니처 플레이스는 역시 불국사. 수학여행 시절 불타는 청춘의 영혼에 주의조치를 받고는 했지만, 그 시절의 추억의 타투가 마음 속에 한 가득이다. 겨울의 불국사는 처음이다. 진리와 지혜는 소생하고 고뇌와 번뇌는 소멸하기를, 하면서 합장을 한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천년의 향기를 내뿜으면서…



감포로 향했다. 멀리 문무대왕릉의 검은 태동은 동해의 파도를 빨아들이는 듯 했다. 여전히 신라의 푸른 바다는 이탈하지 않았다. 두 눈이 아린 것은 천년 역사와의 스킨십이 시리기 때문일까.



전망이 좋다는 ‘카페’ 이견대를 찾았다. 이견대는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대왕암을 바라보기 위하여 지은 대(臺)이다. 카페 이견대의 작명은 기가 막히다. 야외 벤치에서 해중릉을 바라볼 수 있다. 카페 안에는 만파식적의 피리 소리 대신 BTS의 노래가 들려왔다. 서사적 사운드의 기개 만큼은 피리와 노래, 둘이 같지 않은가. 카페의 커피 맛이 좋았다면 금상첨화였을터.


이제 귀경이다. 경주에서의 끝일은 황남빵을 사는 것이다. 주차장에 서있는 차량을 보니 명성이 그대로인갑다. 안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입하여 작업하는 모습은, 우연이나 기적의 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베테랑 병정들의 움직임 같다. 1939년에 처음 만들어 3대에 걸쳐 풍미의 전통을 잇고 있다. 역시 맛에도 역사가 담겨 있다. 경주에 참 잘 어울리는 빵이다.


뭐니뭐니해도 결론은 집이다. 여행에서의 들쭉날쭉하며 만끽했던 기분은 사라지고, “그래도 집이 최고다!”라고 내뱉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집이 보금자리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학습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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