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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통 Feb 04. 2022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운다

감동 이야기에 귀속되지 않고 감동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어야..

하아~ 힘든 세상, 어디 하나 기댈 데도 없는 이 세상, 너뿐이다 트로트! 

갈대처럼 휘고 잡초처럼 밟힌 내 인생살이, 태산처럼 쌓여 모래처럼 흩어진 나의 인생아! 갈데없이 뛰고 정처 없이 떠도는 하루살이 술 한잔에 울고 노래 가락 속에 웃는 내 인생아 나의 트로트!


에픽하이의 노래 ‘트로트’의 가사 일부다. 이 노래는 트로트를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다. 힙합 댄스 락 발라드도 좋지만 슬픈 땐 그래도 ‘트로트’라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자신이 선호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집착, 그것이 사랑이고 인생살이의 리더십이 된다.


누구에게나 사람이든 사물이든 인생의 멘토나 모토로 삼는 대상이 있기 마련이다. 유명인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사랑과 존경심이 우러나는 인물들이 많다. 리더십 연구의 권위자인 존 멕스웰(John C. Maxwell)은 ‘리더십이란 영향력이다”라고 했다. 리더십이 영향력이라면 사람들은 리더십이라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자연스럽게 리더십의 영향력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 몇 있다. 몇 해전 일이다. 친동생처럼 지내는 직장 후배는 한 해의 마지막 날 온 가족이 함께 서해안으로 향했다. 지는 해를 보면서 한 해 동안의 삶의 노정을 되돌아보며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는 동해안 정동진으로 향했다. 새해 일출, 그 뜨거운 태양의 정기를 온 가족이 받으며 굳은 다짐과 함께 꿈과 희망을 향한 결심의 순간을 가족들이 공유했다. 그는 가족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생활에서 언뜻 언뜻 보여주는 행동이 가족한테 수 많은 말보다 낫지 않을까. 그는 가족들한테 사랑의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어떤 부모의 자녀 결혼식 이야기도 내게는 참신하게 다가왔고, 신선한 만큼 큰 영향을 주었다. 대학생 전문 매체를 운영하는 대표의 딸 이야기다. 미술을 전공한 신랑과 신부는 대학로의 한 갤러리를 5일 동안 빌렸다. 이곳에서 전시회를 열고, 그 기간 내내 결혼식을 올렸다. 전시회를 알리는 안내문을 보고 찾아온 지인들과 작품을 함께 보면서 덕담을 들었다. 덕담은 고스란히 방명록에 기록했다. 찾아온 지인들에게는 큰절로 부부가 됐음을 보여주었다.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대학로 연극공연 티켓까지 지인들 손에 들려 주었다. 전시회를 찾은 지인들은 깜짝 결혼식에 놀랐고, 그 방식에 놀랐다. 평생을 잊지 못할 지인들의 덕담이 바로 결혼 축의금이었다. 5일 동안 결혼식을 올린 경우는 아마도 세계 최초였을 것이다. 그 선남선녀는 지인들의 입 소문으로 사상 최고의 아름다운 결혼식이라는 영향력을 온 세상에 흩뿌렸을 것이다.


 전 직장의 선배 한 분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결혼 30주년을 맞이하여 선배는 두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다. 집에서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고는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선배는 불쑥 일어섰다. 쇼핑백에서 예쁘게 포장된 물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감사패였다. 30년을 함께 살아 준 아내에게 남편은 ‘30년산’ 기념패를 준비한 것이다. “30년을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대과(大過) 없이 우리 가정을 잘 돌보며, 자녀 성장에도 큰 힘을 보태 준 나의 아내에게 30년 묵은 사랑을 담아 이 감사패를 드립니다.” 이내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아내는 “사랑해요. 고마워요!’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우리 역사는 훌륭한 사람을 기리는 문화에 가려 보통 사람들의 ‘훌륭한’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살아 온 과정의 이야기, 우리가 고생한 이야기 등. 처절하게 가난했던 과거의 경험은 오늘의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단초가 됐을 터인데도 말이다. 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성공담 보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늘이 낳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하늘을 감동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내 주변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찾아보라,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들을 해보라. 감동 이야기에 귀속되는 사람이 아니라 감동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이다.


땅 위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들이 많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이제껏 맛보지 못했던 인생에서의 감동사례가 펼쳐지고 있다. 걸어 온 인생과 지나온 삶 속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순간이 무심코 지나쳐 버렸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바퀴자국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도 나타나지만, 다른 사람들의 멋진 경험을 통해서도 나타나며 또 감동의 에너지를 활성화시켜준다.


고민은 하되 걱정은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슬기롭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고민은 하되 걱정은 하지 않는 방법이다. 생각이라고 해서 모든 생각이 같다고는 할 수 없다. 무슨 옷을 입을까 하는 생각과 무슨 책을 읽을까 하는 생각 중에서 어떤 것이 삶의 보탬이 되겠는가. 진정한 생각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피상적인 생각보다는 근본적인 생각이 중요하다. 소풍 전날, 비가 올까 안 올까를 밤을 새워 걱정한다고 내려야 할 비가 오지 않겠는가. 생각의 낭비는 줄여야 한다. 고민은 이유의 의미를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생각을 통하여 사람들은 존재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생각을 생각하는 것이 정말 생각하는 것이다. 생각을 되살피고 되생각 해보는 것이야말로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만찬자의 딜레마’가 있다. 여러 명의 사람들이 외식을 한 다음 계산서 금액을 1/n으로 나눌 때, 이기심이 발동해서 혼자 먹고 계산할 때였으면 주문하지 않았을 값비싼 음식을 주문하게 되고, 그 결과 모두가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에는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들은 만찬자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바른 사람의 모습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사람이 아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를 더 좋아하기 마련이다. 보통의 사람 중에 내 마음을 빼앗아 가는 사람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유명세는 없더라도 평범함이 더욱 빛을 발하고, 그 평범함 속에서 삶의 몰입을 배울 수 있다. 세상은 감사할 일 천지이듯이, 보고 배울 사람 또한 천지에 가득하다. 천사를 만나려 하기 보다는 스스로 천사가 돼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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