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쌈지길, '가로골목'에 다녀오다
인사동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쌈지길'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에스컬레이터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형태가 아닌,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서 늘어져 있는 상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 '쌈지길'의 매력 중 하나이다. 이런 쌈지길이 바로 가로수길에도 생겼다니, 가로수길에 새로 생긴 제 2의 쌈지길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가로수길에 생긴 쌈지길의 이름은 '가로골목'이다. 이름에 걸맞게 쌈지길을 닮아, 긴 골목으로 둘러싸여져 있는 길을 오르다보면 작은 상점들을 만날 수 있다. 상점들은 패션/뷰티 브랜드, 에스닉 브랜드, 작은 문구점, 펫샵까지 아주 다양했다.
사실 처음 보는 브랜드가 대다수라,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알고보니 작은 디자이너샵과 잡화점들이 모여 생겨난 가로수길의 옛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었다. 소형 리테일을 꾸미기 위해 임대료를 줄이고, 임대 예약 단위도 세분화하여 작은 브랜드들도 쉽게 입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었다. 그 노력의 결과로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브랜드가 아니라, 오직 '가로골목'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여러 브랜드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일에 갔던 가로골목은 조금 한적한 느낌이었다. 할로윈 시즌에 방문했기 때문에 공간 연출도 할로윈을 테마로 한껏 꾸며놓았는데도,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어쩐지 전체적으로 조금은 썰렁한 기분이었다. 아직 오픈 초기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인사동의 쌈지길과 같은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왜였을까.
3가지 정도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우선 '골목길'이라는 형태의 컨셉 외에 공간 전체의 컨셉 요소가 부재했다는 점이다. 인사동 쌈지길의 경우 '전통'을 주제로 한 작은 브랜드들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지만, '가로골목'의 전체를 아우르는 공간 컨셉이 없는 부분이 아쉬웠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전체적으로 공간 연출은 잘 되었지만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즐길거리나 체험요소가 없었다는 점과 F&B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부분이다. 물론 1층에 '슈퍼 말차(Super Matcha)'라는 핫한 브랜드가 있지만, 충분하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유명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즐비한 가로수길 상권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들도 더 많은 브랜드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가로골목.'
좋은 취지로 기획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기 위해 더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쌈지길만큼 가로수길의 대표 복합공간으로 자리 잡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