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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작가 Feb 23. 2020

아크앤북에는 없고 뉴욕에는 있는 것

을지로 아크 앤 북이 주지 못한 영감을 뉴욕의 라이프스타일 서점에서 찾다

서점에서 어떤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제시해주는 새로운 책을 보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쁜 마음이 든다. 이런 보물을   찾을  있게 도와주는 곳은 바로 독립서점들이다.


기존에 있던 우리에게 익숙한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의 서점에도 일부 큐레이팅 코너들이 있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베스트셀러가 중심이 되고 진열 방식 많은 사람들이 찾기 쉽도록 각 영역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독립서점들은 이런 진열 방식을 탈피하고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큐레이팅 하여 생각지도 못한 책을 만날 수 있는 우연을 더 많이 만들어준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큐레이팅 서점을 표방한 '아크 앤 북(ARC.N.BOOK)'이 재작년에 을지로에 오픈했다. 최근 유통가의 관심사인 고객 체류 시간 증대, 문화 복합 공간, 취향의 제안 등의 키워드를 모두 반영한 멋진 공간이었기에 오픈하자마자 트렌디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었다.


아크 앤 북은 'Daily, Weekend, Inspiration' 등으로 섹션을 분리하여 진열하고 있는데, 특히 'Inspiration' 코너에서는 과연 어떤 책으로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로컬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터라 일본의 로컬 브랜드를 소개하는 '마블 로켓(MARBLE ROCKET)'이라는 잡지가 바로 그날의 보물이었다.


마블 로켓에서 소개하고 있는 로컬 브랜드의 실제 판매상품을 함께 진열하여 이해를 높였다. 아마 그날 아크  북을 가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지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은 반일 이슈로  잡지는 판매가 중단되었다.)




여느 서점보다 다양하고 세분화된 책들을 소개하는 점은 좋았지만 큐레이팅 서점에게 가장 필요한, 취향을 제시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설득하기에는 어쩐지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을 뉴욕 맨해튼의 가장 오래된 서점 중 하나인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store)에서 찾았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스트랜드 서점은 1927년에 문을 연 서점으로 소유한 책을 한 줄로 세우면 18마일(약 29km)이 된다는 의미에서 '18마일의 책들'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다.

뉴욕에서  서점을 들른 나는 정말 그때의 떨리는 설렘을 잊을  없다. 영문으로 쓰인 책이으로 가득  있을뿐더러,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굿즈(Goods) 쇼핑 정도 즐기기 위해 들르는 곳이지만, 서점 안에서 보았던 글귀가 얼마나  떨림을 주었던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서점을 구경했다.



단 한마디로 새로운 영감을 주는,
스트랜드 서점의 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책을 집어 들어야 하는 이유를 스트랜드 서점은 너무나 간단한 한 마디로 이야기한다. 바로 각 코너에 적힌 아주 심플한 문장으로 말이다. 국내의 많은 서점이 하는 뻔한 코너 분류가 아니라 간단해 보이지만 큰 철학과 가치관이 숨어 있는 말을 발췌하여 우리에게 큰 영감을 준다.


이것이 바로 스트랜드 서점이 90년도 넘는 세월 동안 뉴욕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식 창고이자 영감을 주는 장소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을지로에서는 알지 못했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뉴욕의 한 서점에 있는 문장들로 단번에 알게 돼버렸다.  


TRAVEL : The world is a book, and those who do not travel read only a page.

세상은 한 권의 책이기에,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책의 한 페이지만을 읽는 것과 같다.


FOREIGN LANGUAGE : If you go talk to a man in a language he understands that goes to his head. If you talk to him in his language, that goes to his heart.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에게 말을 걸 때, 그의 언어로 말을 건다면 그 말은 그의 머리가 아닌 마음에 닿을 것이다.


COOKBOOKS :  I'm just someone who likes cooking and for whom sharing food is a form of expression.

나는 요리를 좋아하며,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PUZZLES & GAMES : It's always the small pieces that make me the big pictures.

큰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작은 조각들이다.


NEW CHILDREN'S PICTURE BOOKS : "Before they read words, children are reading pictures."

아이들은 글자를 읽기 전까지, 그림을 읽는다.


POLITICAL SCIENCE IS REAL : Knowledge is power.

정지학 : 아는 것이 힘이다.




최초의 큐레이팅 서점으로서 첫출발을 한 아크 앤 북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제안해줄 위대한 서점이 되기 위해서 스트랜드 서점과 같은 설득의 힘을 조금 더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의 큐레이션도 물론 세분화된 주제별 영역과 새로운 콘텐츠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철학과 가치를 전하는 힘, 그 힘으로 우리를 조금 더 설득해주었으면 한다. 그런 브랜딩이 더해진다면 뉴욕의 가장 오래된 서점인 스트랜드 서점과 같은 위대한 서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뉴욕에 가게 된다면 스트랜드 서점에 꼭 들러 자신만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꼭 찾아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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