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가 명상(Mindfulness)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가을 하늘이 맑던 어느 날, 연차를 내고 피크닉(piknic)에 다녀왔다. 피크닉은 테마전시를 하는 아주 핫한 복합 문화공간인데 새롭게 여는 전시마다 SNS 일부를 장식하곤 한다. 이 곳에 굳이 연차를 내면서까지 간 이유는 이번 전시 '명상(Mindfulness)'을 온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첫째로 명상이란 모름지기 오롯이 나의 내면에만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기에 사람이 붐비지 않았으면 했고,
둘째는 명상의 의미에 대해 나만의 속도로 전시를 느끼고 싶었다.
명상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요가 수업과 템플스테이를 통해서였는데, 맑아지는 기분이 좋아서 그 이후에 주말 아침마다 조금씩 유튜브를 보며 명상을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명상의 의미에 대해서는 사실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 특히 나의 내면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인 기획에도 명상이 필요함을 체험과 경험을 통해 몸소 느끼게 되었던 전시.
전시는 끝나버렸지만 가지 못한 분들을 위해 기록해보려 한다.
명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1. 명상이란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한 판단의 개입 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심리적 과정을 의미한다.
2.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훈련은 우울, 불안 등을 개선하고 삶의 만족도와 행복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사람은 하루에 6만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이 쉼 없이 교차하는 생각 속에서, 명상은 우리 마음을 그 혼돈으로부터 현재로 데려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도록 해준다.
1. 알아차린다는 것(Awarness)은 자신을 하나의 대상으로 관찰하며 그것과 하나가 되어 가는 상태라고 한다. 내가 이해한 '알아차림'은 내가 하는 많은 생각들은 내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뿐임을 아는 것이다. 어떤 불안이나 두려움 등의 생각들에 함몰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생각 자체를 지켜보는 볼 수 있을 때 탄력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2. 알아차림에 이르기 위해서는 걷거나 먹거나 숨 쉬는 등 모든 순간의 감각에 집중해 보는 것인데 이때 나를 둘러싼 외부 환경과 그에 반응하는 내부 변화에 좋거나 나쁘다는 평가도 하지 않고 나아지거나 애쓰려고 하지도 않으며 그저 우리 자신이 느끼는 것에만 온전히 집중해보는 것이다.
피크닉 전시에서는 이런 훈련을 음악을 들으며 맨발로 다양한 길을 걸으며 감각을 느끼게 하는 '느리게 걷기' 등의 체험을 통해 연습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너무 좋았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는 1973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명상을 해왔다고 한다. 그가 예술가가 명상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직접 내레이션 한 영상이 전시 과정 속에 있었는데 나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예술가는 명상을 통해 창의를 발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부분이 예술가뿐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연결 짓는 기획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1. 아이디어는 찰나를 스쳐가는 생각이기에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이 짧은 순간을 낚아챌 수 있도록 항상 명료함을 유지해야 한다.
2. 추상적인 삶을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직관인데, 이것은 명상을 통해 다듬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자기 안에 깊이 들어가면 결국 해답이 보인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의식이 일깨워지고 자라나는데 이때 잠재력은 최대가 된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전시 끝에는 자신의 심리 상태에 맞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좋았다.
앞으로 명상을 더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명상을 계속하게 되면 나도 내 안의 깊숙한 의식을 깨워 잠재력을 키울 수 있을까?
마음에 새긴 전시 속 문장 하나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우리 뒤에 있는 것들과,
우리 앞에 있는 것들은,
우리 안에 있는 것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