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는 ‘좋은’ 평가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평가라고 하면 ‘객관성’, ‘정확성’, ‘신뢰성’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교과 성적이 누가 더 높고, 시험 결과에 의해 누가 더 좋은 대학을 갈 것인지를 염려하며 학생들을 비교하기에 적절한 점수를 산출하는 것이 평가의 목표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평가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측정이라는 개념과 평가를 혼동하면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평가라고 하면 영어로 ‘evaluation’이라고 하여 ‘가치(value)’를 중시하고 평가되는 대상이 얼마나 특정한 면에서 가치 있는지를 판단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평가라고 하면 시험을 보고 점수를 산출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엄격한 의미에서 시험을 보고 점수를 내는 것은 측정(measurement)의 개념이다. 측정은 어떠한 특성이든지 간에 수량화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의 키나 체중은 물론이고, 국어능력이나 학습동기에서 도덕성에 이르기까지 숫자로 표시하고자 하는 것이 측정인 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측정의 개념인 시험에만 의존하게 된 것은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우고 비교하는 데 있어 점수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교육현장에서 평가는 점수를 산출하고 학생들을 비교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해받고 있지만, 실제 평가는 학생들을 비교하기보다는 이해하고 교육 발달을 위해 돕고자 하는 방법으로 기능해야 할 것이다. 즉, 대학입시 내신 자료를 위해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잘 교육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가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평가의 형태가 지필식 위주의 시험보다는 학생들의 학습발달을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발달해 나갈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제 해결을 위한 사고, 행동과정을 평가
수행평가(performance assessment)는 기본적으로 선택지에 의해 구조화된 선택형 검사와 달리 학생들의 자유로운 반응을 요구하는 평가 유형이다. 획일적인 하나의 정답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택형 검사와 차별된다는 점이 수행평가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암기하고 있는 지식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기존의 검사들은 점수를 산출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결과 지향적인 평가의 역할만을 수행한 반면에, 수행평가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과정까지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과정 평가라고 한다. 더 나아가 평가를 통해서 학습이 진행되는 과정의 일부가 된다는 점에서도 과정 평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행평가의 개념이 자유 반응형의 평가유형이라는 인식을 넘어 학생들이 함께 협력하고 의사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OECD에서는 21세기 인재 역량으로 ‘협력(collaboration)’과 ‘의사소통(communication)’을 가장 주요한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협력적 문제 해결 역량(CPS:Collaborative Problem Solving)을 평가할 수 있는 형태로 수행평가도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행평가의 효과
첫째, 선택형 검사는 단편적인 지식 암기에 유용했던 반면에 수행평가는 고차적 사고능력(문제 해결 능력, 사고력 등)의 수준을 판단하고 평가를 통해 학습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수행평가의 효과로서 더욱 중요한 것은 21세기 인재가 필요로 하는 협력적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르는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수행평가를 실시하게 되면 학생들을 줄 세워 비교하기보다는 정성적인 판단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수행평가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경쟁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의 협력적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할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협력하여 수행과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소통하는 인성도 함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협력하여 평가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중에 친구들의 다양한 사고와 지식을 경험하게 되면서 창의력도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수행평가의 효과이다.
셋째, 수행평가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학생의 학습을 돕는다는 점에서 교수-학습을 개선해가는 데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평가가 점수를 매기기 위한 선발관에 기반한 결과 지향적 활동이 아니라 학생 발달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적 활동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협력적 문제 해결 역량 기르는데 적합한 수행평가
최근 교육평가 학자인 Shepard(2000)에 따른 바람직한 평가 방향이다.
첫째, 학생의 고차적 사고능력을 향상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평가는 학습결과뿐만 아니라 학습과정을 다루어야 하며
셋째, 수업과 통합된 계속적 평가 활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넷째, 학생 학습을 지원할 수 있는 형성평가가 이루어져야 하고
다섯째, 학생은 자신의 수행을 평가하는데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Nicole& Mcfarlane-Dick(2006)도 좋은 평가는 평가과정에서 학생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며,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하고, 긍정적 자아존중과 동기유발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견해에 비추어 볼 때, 수행평가는 ‘좋은’ 평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과정 중심 수행 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평가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교육부 자료인 '과정을 중시하는 수행평가 어떻게 할까요?'에 따르면 수행평가를 내실 있게 운영하면 과정 중심 평가를 한 것과 같다고 한다. 이전의 수행평가에 대해 가장 많이 거론된 피판적 의견은 지필평가 형태의 평가유형을 주로 사용한 것과 학습 후에 별도로 제시한 평가 형태가 많았다는 것이다.
수행평가를 수행평가답게, 내실 있게 하려면 어떤 요소를 더 고려해 봐야 할까?
그것은 수행과제와 채점기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