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일, 영국의 평가 사례에서 살펴보기
국외의 경우,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개별 교사가 자율적으로 학생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교사별로 개별 출제인지 공동 출제인지를 구분하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형성평가, 총괄평가, 수행평가, 지필평가 등 모든 형태의 평가에 대해 교사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단위 또는 주 단위로 실시되는 표준화된 대규모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미국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진단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학생의 변화를 점검하며, 교육정책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내신 성적은 대부분 수업을 담당한 교사가 주체가 되어 실시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평가는 같은 과목에서 같은 교과서로 수업이 진행되더라도 교사에 따라 수업 내용,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평가에 있어서도 내용과 방법, 난이도가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국에 있는 재외 한국학교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의 경우 모든 교과목에 대하여 정기평가를 실시하는데, 출제 방법은 전적으로 교사 자율에 맡긴다. 따라서 교사의 판단에 따라 동일 교과 교사끼리 공동으로 출제하는 경우도 있다. 평가 방법은 정해진 평가 방법을 규정하 지 않고 다양한 평가 방법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의 평가권을 보장하는 미국 사례의 하나로 서민원(2016)의 연구에서는 버지니아 교사협의회(Virginia Education Association)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버지니아주에서는 학생의 성적에 대한 최종 권한은 교사에게 있다고 선언하고, 단 학생이 성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경우, ‘학교교육위원회’의 중재를 거쳐 성적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교사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기본 전제에는 변함이 없고, 교사가 동의를 하는 경우에 성적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제한을 설정함으로써 교사의 권한을 보호하고자 노력한다.
교육에 있어서 교사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한다. 독일에서 규정하는 교사의 교육 자율권은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수업 내용, 교재 및 자료 선정, 교수 방법을 결정할 수 있으며, 학생평가, 학생 지도와 징계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정수정, 2016).
특히 독일 교사의 교육 자율권 중에 두드러진 것은 평가권인데, 이는 학생평가에서 구두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에서 나타난다(한국교육신문, 2012. 3. 15). 독일의 초‧중등학교에서 성적은 지필평가와 구두평가 결과를 각각 약 50%의 비율로 통합하여 산출되는데 절대평가 방식으로 매우 우수(sehr gut)-우수(gut)-만족(befriedigend)-보통(ausreichend)-부족(mangelhaft)-매우 부족(ungenugend)의 6등급으로 분류한다(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 2016).
또한 독일에서는 교사의 자율권·평가권을 존중하지만, 교사들은 성적 산출을 위해 학기 말에는 동일 학년의 교사가 모여 ‘성적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서 교사들은 자신이 담당한 과목의 학생 성적을 논의하는데, 특히 작년에 비해 성적 차이가 큰 학생, 과목 간 성적 차이가 큰 학생, 상급학년으로 진급이 어려운 학생은 집중적으로 성적 부여가 타당한지를 담당 교사가 설명하고, 다른 교사들은 이를 검토하고 논의한다. 학생 성적에 대해 모든 교사가 동의하면 다시 학년부장 교사, 교장, 학부모 대표가 모여 검토하는 절차를 갖는다(홍혜정, 2017. 9, 26).
초·중등학교에서 정기평가의 출제 주체는 교사 개인으로 정기평가 과제를 매 평가 시 개발하며, 평가 방법으로 선다형(선택형), 서술형, 논술형 평가를 활용한다. 수행평가는 모든 교과목에 대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수행평가 내용 및 시행 횟수는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여 교과과정 중 수시로 평가한다.
수행평가의 출제 주체는 교사 개인으로 수행 평가 과제를 매 평가 시 개발하며, 평가 방법으로 수시 관찰, 정기적인 쓰기 평가, 학생 작품 및 산출물 평가 등을 활용한다. 정기평가와 수행평가 모두 절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평가 결과는 성취수준 및 진술문(교사 코멘트)을 혼용하여 학생에게 통지한다.
이러한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학생의 성취 추이 파악, 졸업 인증 또는 진학을 위해서는 국가 수준의 표준화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사별 학생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존중하지만, 국가 수준에서 최소한 학교급별 교육이 완료되는 시점에서는 전체 학생의 학업 수준을 진단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학생의 변화를 점검하며, 교육 정책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처럼 일제식 평가 폐지로부터 시작한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지 않을까?
최근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비판적 의견 중에 하나가 일반학교와 비교하여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바뀌지 않은 수능체제의 교육에서, 중등과 연계되지 않은 평가의 방식에서 초등학교에서의 과정 중심 평가가 과연 지속적으로 환영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단순히 객관적으로 학업 성적이 판단되는 지필평가로 회귀하자고 하지 않을까?
단지 과정 중심 평가의 내실화를 위해 교사 연수에만 집중하기보다는 국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가령 예비교사에 대한 평가 전문성 향상을 위한 대안 제시다.
Grant Wiggins 박사의 수행평가 이론서들에게 강조하고 있듯이 이제 교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 간주하기보다는 평가자로서 간주하고 훈련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교현장의 교사들은 평가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성장하는 데 교사직전기관의 교육적 경험이 충분한 것은 아니었다. 교직과목에 교육평가 과목을 한 과목 수강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양적 평가나 측정 관련 지식을 배우기 일쑤이고 많은 교직과목에서는 교육과정과 통합하여 한 과목을 듣는다. 그만큼 수행평가와 관련한 직접적인 수강 경험이 없는 실정이다. 그러한 점에서 교육대학교 교육평가라는 과목 대신에 ‘교실 평가’ 또는 ‘학습자 평가’라는 이름의 대안적 평가를 주로 하는 과목이 신설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의 과제나 글쓰기, 발표, 실험보고서 등을 질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하며 어떤 피드백을 주고 어떻게 그 결과를 기록할 것인지에 대한 지식을 이러한 과목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이다.
제반 교육여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
- 교육정책네트워크 정보센터(2016). 독일의 전기 중등 교육과정에서의 서술형 평가 실태. http://edpolicy.kedi.re.kr/frt/boardView.do?strCurMenuId=54&pageIndex=1&pageCond ition=10&nTbBoardArticleSeq=150100 (2018. 8. 28. 검색)
- 정수정(2016). 독일의 교권보호 정책과 시사점. 교육정책포럼 통권 273호. 한국교육개발원.
- 홍혜정(2017.9.26). 일등과 꼴찌가 없는 독일의 성적 평가 시스템. 자료출처: http://www.edu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30 (2018. 8. 28.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