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중심 평가 딴지걸기 3
교육계는 유행처럼 흘러가는 이슈들이 많은 곳 중에 하나이다. 최근의 수업과 관련한 이슈들을 생각해 보면 혁신교육을 필두로 인성중심 수업, 학생 참여형 수업, 배움 중심 수업, 수업비평 등이 떠오른다. 여기에 강력한 회오리로 등장한 것이 바로 '과정 중심 평가'이다.
과정 중심 평가는 기존의 학교현장의 평가가 결과 중심 평가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 선발과 분류를 위한 평가에서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생각하는 평가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중심 평가를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구현을 위해 교육부가 정부 주도로 일선 현장에 파급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학교 현장의 교사로서 이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원리적으로 깊은 이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과정 중심 평가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성취기준을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성취기준은 무엇이며 도입된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천경록(1988)은 성취기준을 '학습자가 학습과 평가에서 도달해야 하는 정도에 대한 실질적인 기준이나 지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 교육과정 상의 목표와 내용을 분석하여 구체화한 진술문'으로 정의하였다.
성취기준은 미국의 영향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기준 중심(stsandards-based) 교육 운동의 영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기준 중심 운동을 주도한 Ravitch(1995)가 밝힌 기준 도입의 필요성을 살펴보면 이 운동은 미국 학생들의 국제 학력 비교에서 뒤처지는 현상을 만회해보고자 하는 것과 경제적 이유 등에서 출발하였다. 출발부터 교육본질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교육 정책가들과 지도자들 사이에서 교육을 '투입'으로 평가하지 말고 '산물(products)' 혹은 '결과(outputs)'로 평가하자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교육을 잘 받지 못한 사람들이 미국의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을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다.
기준 중심의 평가는 교사의 수업 유연성을 경직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창의융합교육을 강조하면서 교사에게 교육과정 재구성의 전문성 발휘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역으로 기준에 의한 수업 설계와 평가 계획을 수립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기준이 주는 제한이 발생해 모순이 된다.
성취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학습목표의 내용과 기능을 결합한 형태로 진술했다고 한다. 그 성취기준을 해석하여 수업과 평가 계획을 수립하라고 한다. 그런데 성취기준은 행동 용어로 제시돼 학생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수업 방법을 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교사의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해 대강화 노력이 있어왔는데 이를 후퇴시킨 느낌이다. 아무튼 상세화된 기준 제시로 교사들의 학교 실태와 지역특성을 반영한 학생들과 교감에 의한 수업 디자인은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관료적인 학교조직은 해야 한다는 것을 하게 되어 있다.
암기 위주의 지식교육에 의한 알고 있냐가 아닌 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려는 역량중심의 교육을 강화한 수업에서 성취할 기준으로 제시하는 기능은 한 시간에 도달해야 할 과업이 된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서 측정 가능한 역량의 모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가할 수 있는 내용만 평가함으로써 교육내용이 왜곡될 수 있다.
상세화된 행동적 용어로 진술된 성취기준이 학생 행동의 변화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교육을 하나의 교조적인 것으로 보는 것으로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가르침의 목적은 행동의 변화가 아닌 행동을 행위로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학생의 행동에 관심을 두어야 하지만 그만큼 행동의 이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명확하게 측정될 수 없고, 구체적 목표로 제시되기 어려운 행동들이 많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기존의 목표를 통해 방향을 제시한 것과 달리 성취기준은 도달 행동을 제시함으로 복잡성이 있는 교육의 장면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성취기준을 따른 평가는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도달 정도를 파악하는 결과 평가와 다를 바 없다. 물론 평가 후에 피드백을 통해 성취에 도달하도록 학생을 지원하자는 것이겠지만 결국 학생의 성취라는 결과에 초점이 되어있어 배움의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 같지는 않다.
성취기준을 강조한 현행에서는 성취 도달을 위한 평가의 도구로 수업을 운영해야 하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교사의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말하며 문해력을 말하는 것 역시 국가 수준의 중앙집권적인 교육과정 운영의 우회적 지원에 불과하다. 백워드 설계에 기반한 사고는 평가를 위해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성취기준 도달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주어진 지식과 기능을 숙달시키는 구태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더욱 치밀해진 것이 아닌가?
학생들이 성취해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지식을 외부에 존재하며 따라서 학생에게 주입 또는 이해시켜야 한다는 지식관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성주의 입장에서 지식이란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식 주체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으로 본다. 학습은 결국 학습자에 의해 구성된다는 것이다. 학생에 내재된 흥미와 관심, 배움에 대한 자발성을 따라가며 학습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기준은 학생들이 무엇을 알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틀을 제공하는 것으로 학생중심의 배움 수업의 철학과 대치된다 하겠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주문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모순된 면이 있어 보인다.
성취기준이라는 국가 수준에서 제시한 지식과 기능을 도달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가하다고 본다. 국가가 제시한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어 결국 수업에 대한 접근방식이 혁식교육이나 미래교육의 방향이라고 하는 촉직적 접근이 아닌 전통적인 관리적 접근에 가깝게 된다. 결국 성취기준 도달에 방점이 있어 국가가 제시한 지식과 기능을 도달하게 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활용되는 우려가 있다.
우리 학생의 흥미와 자발성은 어디로 갔는가?
무엇 하나를 중심에 두게 되면 다른 것들은 주변으로 밀리기 마련이다.
Jonassen(1992)은 구성주의자 교사들의 평가 기준 또는 특성을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나타냈다.
첫째, 구성주의자 교사들의 평가는 비목 표적 평가(Be goal free)이다.
둘째, 실제적인 학습과제에 의거한 평가(Be based on authentic tasks)이다.
셋째, 상황 변화에 따른 평가(Be driven by the context)이다.
넷째, 지식 구성을 평가 Asses knowledge construction)한다.
다섯째, 경험의 구성 과정을 평가(Asses experiential constructions)한다.
여섯째, 상황 맥락에 근거한 평가(Be dependent on the context)이다.
일곱째, 다양한 관점을 반영한 평가(include multiple perspectives)이다.
여덟째, 다양한 형식의 평가(Be multimodal)이다.
아홉째, 사회적으로 구성된(협의된) 의미를 중심으로 평가(Require socially constructed (negotiated) meaning)이다.
마지막으로 평가의 본래 목적에 부합하는 평가(Be focused on the true goal of evaluation)이다.
기록, 통지하다 날 새겠다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재각각 해석으로 현장은 혼선이다.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평가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혼선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성취기준'과 '기록'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정 중심 평가와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운동과 통합되면서 세계적인 평가혁신의 방향에서 왜곡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학교 교원들에게 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모양이 되어버렸다.
성취기준을 강조한 것은 미국의 기준 중심 교육 운동의 영향으로 보인다. '위기에 처한 국가' 보고서(1983)가 기준 중심 교육 운동을 촉발하게 되었으며 이 운동의 영향으로 교육에서 '평등'보단 '수월성'과 '책무성'이 관심사로 등장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기준은 교육에 대한 중앙집권적 통제가 강화되는 모양새이며, 학생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미약해지는 문제점을 보인다. 물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학교 일선에서 교사가 이를 극복하라고 하지만 상충된 정책 방향에 모순의 한계가 있다.
학습의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를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하지만 성취기준을 강조하고 일관성을 강조하는 것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조성되고 있는 평가 혁신의 흐름이 우리 교육계에서는 왜곡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혁신학교의 방향과도 상충되고 있다. 이래저래 학교 현장은 혼돈이다.
최근 학생평가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 혁신의 방향은 학습을 돕는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로 관점이 변화되고 있다. 이는 문제해결력과 창의력을 길러주는 평가이며, 학습자의 다양한 개인차를 존중하는 평가를 강조함으로써 평가를 통해 궁극적으로 학생들을 더 잘 이해하고 사고할 수 있도록 학생의 성장과 학습을 도와주는 개념이다(stiggins,2002; McMillan,2004;2007). 학습을 돕는 평가에서는 학생들이 평가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객관적이고 신뢰 로운 평가를 위해 기록하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학생의 배움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특수성으로 인해 교육적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학생 개인별로 개별적인 지도를 위한 평가로 인식하는 것이 좋은데 상대적 수준을 가름하고 인정받으려는 방안으로 학교평가를 생각하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
기준에 있어서도 그렇다. 학생평가의 패러다임이 학습결과의 평가(Assessment of learning)를 통해 학생의 성취에 대한 판단의 근거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 학습으로서의 평가(Assessment as learning)를 통해 학생의 성장과 교사의 수업방법 개선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록에 따른 평가, 평어를 기대하고 있다. 근거가 있는 학생평가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중, 고등학교는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학생 간의 경쟁이 심하지 않은 초등학교에서까지 학생평가의 근거로 기록에 매어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학부모에게 피드백하는 방법은 다양할 수 있다. 교사는 학생을 개별 피드백하기도 바쁜데 객관적인 자료수집을 위한 기록에도 열중해야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것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