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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Jan 21. 2019

과정 중심 평가, 실행 과정에서부터 엇나갔다

과정 중심 평가 딴지걸기 ④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진솔하고 명료한 인식이 우선해야 실행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와 미국의 교육향상도 평가와 같은 대규모 평가에서 교육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성취 수준을 높이려는 평가 정책은 교수-학습 과정을 등한시 한 투입과 산출 모형에 근거한 것이라는 문제 제기를 한 1998년 ‘Inside Black Box’라는 Black과 Wiliam의 논문 이후 학습과정에서의 평가, 학습을 위한 평가라는 용어로도 불리는 형성평가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교육적 담론의 주제로 사용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그 의미를 명료히 하고자 노력하였고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정책 연구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오해와 혼란은 여전하여 실행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우리나라도 그 담론에 뒤늦게 뛰어들어 방향에 있어서는 유사한 ‘과정 중심 평가’와 같은 용어를 만들어 교육현장에 적용하려 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2017, pp.6-7)에서는 과정 중심 평가를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 계획에 따라 교수-학습 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

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교수-학습의 일부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과정 중심의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박지현 외, 2018, p.6. 재인용). 


한편 각 시도 교육청 2018학년도 학업성취관리지침에서 과정 중심 평가를 제시하고는 있으나 과정 중심 평가의 의미나 특징은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 현장에 개념적인 혼란을 주고 있다(박지현 외, 2018, p.8). 교육현장에서 평가의 다양한 기능과 활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나 빠르게 확산되어 가는 현장에서의 관심과 실행에 비해 학계나 현장에서의 논의와 합의 그리고 이해는 더딘 편이다. 현장의 요구가 먼저 오고 그 뒤를 이어 연구와 논의가 따라가고 있어 현장에서는 각기 필요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이해하여 실행하고 있다.




우리에게 평가는 기록(점수, 등수, 수준)돼야한다는 인식의 오류


우리는 아직도 최고가 되기 위해 점수를 잘 받아야 하는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과정 중심 평가’의 강조로 교육현장에서는 이미 연구학교와 평가연구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예비교사를 비롯한 현직 교사들의 환영과 우려 그리고 부담이 시작되고 있다.


사실 “과정 중심 평가”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상당히 모호하다.


“과정”에서 평가한다는 것인가? 
과정을 평가한다는 것인가? 
과정에서 과정을 평가한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평가한다 는 것인가? 


생각해 보면 끊임없이 질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여 학습에 흥미를 느끼고 배움을 즐기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국가 교육과정에 근거한 준거 기반 평가를 기반으로 성취기준의 도달을 수업에서 학습의 목표로 두고 성취 수준 도달 정도를 파악하기 위하여 선택형 지필평가를 폐기하고 과정을 보기 위한 수행평가를 지향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에게 평가는 기록(점수, 등수, 수준)돼야한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에는 교사의 진술이나 구술 피드백도 평가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평가는 최소한 도달 정도나 상중하 정도의 정보는 주어야 한다는 무의식적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Nitko(1995)는 측정 평가의 핵심적 요소로 기록 보고(reporting)를 들고 있다.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성취 수준을 점검하고 진단하여 표기하고 기록하려는 욕구는 학생의 상태를 평가(judging)하는 측정의 개념을 수업 속 평가에서도 여전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이 성취해야 하는 객관적 지식이 있어 평가 역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실증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과학적 접근방법은 모두에게 공정한 평가 도구를 제작하여 신뢰롭게 평가해야 한다는 가정에서 온다.


선택형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다양한 평가 방법으로 수행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자기 평가, 교사 관찰에 의한 체크리스트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학생이 학습한 것의 정도나 수준을 기록하려고 하는 것평가를 학습을 위하여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것(assessment as measurement for learning)이라는 측정학적 관점으로 평가를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생의 수준을 파악(judge)하고 학습목표와의 간극을 좁히기 위하여 그에 적절한 피드백(자극)을 해야 하는 것도 실증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목표 달성 모형을 염두에 두고 실행한다면 수업에서 평가는 학생의 학습을 위한 것이라 해도 학생의 상태와 성장(향상) 정도를 파악하고 기록하여 최종 성취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증거의 수집에 초점을 두게 된다.


학생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넘어서 어떻게 배우는 가를 알아야 하며, 학생의 관찰 가능한 수행과 성취를 통해서가 아니라 학생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구성주의적 평가를 지향하면서도 전통적인 평가에 근거하여 실행

교사도 전통적 평가가 익숙했다. 


수업 과정에서 작은 단위의 총괄평가를 실시하여 평가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려는 의도와 시도는 위와 같은 인식에 근거한다. 물론 수업과 평가의 일체화를 시도하며 수업에서 평가를 도구적 의미보다 교수적 의미로 해석하려고 하나 여전히 우리는 이 두 가지 를 혼재하여 사용하고 있다. 


평가 자료로서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 평가결과를 선발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외부 당사자들(학부모나 상급학교 관련자)의 해석과 활용에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하나의 실행으로 여러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구성주의적 학습과 평가를 지향하면서 실행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평가에 근거하여 사고하고 실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습자 중심의 배움을 즐기는 학습을 지향하면서도 학습목표에 도달 여부로 학습이 되었다고 전제하며 목표 달성 모형에 의식적으로는 동의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그 모형에 익숙하여 당연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Shepard(2000)는 목표 달성 모형은 상세한 성취기준 설정을 요구하고 원하는 수준에 도달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객관적인 평가 개발을 이상적인 평가 도구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였고, 심지어 구성주의적 학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조차 실제 평가 상황에서는 객관적인 평가방법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학생의 총체적 평가에 주관성이 간여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정형적인 방식(예컨대 오류를 세는 것과 같은)에 근거한 평가를 선호하며 그것이 공정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Shepard의 지적 이후 20여 년이 지난 우리나라 교육현장도 유사한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교육과 수업을 전제하면서도 평가를 하는 장면에 되면 목표 달성 모형과 행동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인식에 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성취기준 도달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관찰 가능한 학생의 수행에 근거한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객관적인 평가가 되지 못할까 두려워한다.

도달해야 할 성취기준이 존재하며 관찰 가능한 학생의 수행을 통해 평가해야 하고 우리는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Black과 Wiliam의 ‘Inside Black Box’는 우리에게 수업에서 발생하는 평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였으나 우리는 그 취지를 충분히 지키고 있는지, 수업에서의 평가를 여전히 과정에서의 목표 달성 여부를 파악하고 다음 단계 달성을 위한 피드백 제공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보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오랫동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목표달성모형과 평가에 대한 편견과 관행이 교육현장에서 평가를 실행함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참다운 평가 모습을 잊게 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학생의 학습을 돕고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는 데 필요한 수업에서의 평가




구성주의적 관점에 근거한 평가를 추구하면서 실행 과정에서는 관행에 따른 전통적 관점의 객관주의를 적용함으로써 추구하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고 궁극에는 실행이 본래 취지를 상실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전통적 관점의 객관적 평가를 해야 하는 평가 상황과 수업에서 학습을 위한 평가를 해야 하는 평가 상황을 구분하여 상황에 맞는 적절한 평가를 구안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결과 중심 평가에 반향으로 과정 중심 평가를 도입하고 학습한 결과의 평가(총괄평가, 결과 중심 평가)와 학습을 위한 평가(형성평가, 과정 중심 평가)로 구분하고 결과 평가만을 지양하는 것은 학교현장에서의 평가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선발과 같은 외부적 평가를 위한 결과 평가와 수업에서의 학습을 위한 과정 평가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구별된 인지가 필요하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각각에 적합한 평가를 해야 할 것이다. 정말 지향하는 가치와 방향을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실행에서의 관행에 대한 진솔하고 명료한 인식이 우선해야 실행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Helren(1994)은 일상의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시간을 소모하게 만드는 신뢰롭고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는 평가는
학생의 학습과 교사의 수업에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한다. 


평가가 교육을 망친다는 소리에 더해 평가 때문에 수업을 못하겠다는 본말전도 현상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며 수업에 평가를 도입하려던 본래의 취지대로 학생의 학습을 돕고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는 데 필요한 수업에서의 평가를 기대해 본다.




<참고>

박 정(2018). 형성평가와 평가의 객관성. 교육평가연구, 31(3), 483-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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