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든터 Sep 28. 2024

공샘두줄 [행복한삶]

나는 장사가 아니라 강사다

교사 아니고

장사 아니고


 -나는 강사다.<확실한 孔샘두줄>



나는 누구인가?


30년 넘게 교사였으니 나는 교사인가?

그런데 이젠 퇴직을 했으니 더 이상 교사는 아니다.


퇴직 후 3년 넘게 초빙교수로 국제학교 강사로 재직하고 있고 여전히 매달 10여차례 불러주시는 교육청. 연수원. 학교에 가서 강사로 일하고 있으니 교수인가? 강사인가?


하나. 나는 교사가 아니라 강사다.


초빙교수라는 것이 시간 강사의 또 다른 호칭이니 교수라 불리지만 사실은 강사다. 국제학교에서도 일주일에 10시간 수업을 하는 강사이고 출강하는 모든 곳에서도 강사수당을 받으니 나는 분명 강사다.


강사에도 한문으로 쓰면 講師와 講士가 다르다 교수.교사처럼 선생님으로서 가르치는 의미가 더 강한 講師와 강연가라는 의미의 講士로 구분해 놓고 보면 나는 후자인 講士쪽이다.


영어로 놓고 보면 명확한데 영어로 강사는 instructor.  teacher.  lecturer.  speaker 등으로 번역이 가능한데 나는 교수. 교사. 대학강사를 말하는 instructor.  teacher.  lecturer 보다는 speaker가 맞는 것 같다.


강연가로서 강사인 나는 누구에게 가르치는 일을 하기보다는 말 하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가 마음을 일렁이게 하고 가능성을 꿈꾸게 하고 잠재력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나는 강사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진로 리더십강사다.

사람들의 진로를 찾는 방법을 강의한다.

자신을 알고, 자신의 가치를 찾고, 자기가 원하는 꿈을 발견하고, 어떻게 헌신할 것인지를 찾게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게 하는 방법까지 강의한다. 그래서. 자아발견. 비전. 소통. 자기주도학습. 창의성. 시간관리. 미래 진로발견 및 결정. 회의진행요령 리더십 등의 제목으로 강의한다.


나는 이런 강의를 할 때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두울. 나는 장사가 아닌 강사다.


나는 장사가 아니라 흥정하지 않는다.


강의요청을 받으면 흥정이 일어난다. 주제를 뭘로 할지. 강의 내용은 어떤 것으로 할지. 강의료는 얼마로 할지에 대해서 매 강의마다 학교측 담당자와 흥정을 한다.


강의주제는 크게 흥정꺼리가 아니긴 하다. 보통은 내가 먼저 학교담당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아니고 검색이나 지인 소개로 또는 과거에 내 강의를 경험하신 분들이 내게 먼저 연락을 주시는 편이니

내가 어떤 강의를 하시는지 먼저 알고 계시니까 이건 문제 될 게 없다.


강의 성향. 종교 이야기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신다. 이건 너무 당연하다. 나는 정치적 종교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건 강의에서 절대 언급할 이야기가 아니다.


강의내용. 주제가 정해지면 강의 내용은 협의를 한다. 학교에서 꼭 언급해야할 이야기가 있다면 당연히 내용에 넣어서 적절히 언급한다. 주로 미래진로와 리더십 관련이라 대상에 따라 조금씩 내용을 조정하고 학교의 요구에 맞는 강의내용으로 정한다.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하는 내용이 있다. 학생대상이든 학부모 대상이든 단체로 진학특강해 달라면 거절한다.


학교는 한정된 예산으로 짧은 시간에 진로. 진학. 교육과정. 인성. 회의방법. 소통에 공부법까지 모두 다뤄주시길 바란다. 그 마음도 이해된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대부분의 주제를 다 다루는 편이다. 물론 주제에 맞는 내용을 더 많이 다룬다.

진학 특강을 안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1시간 남짓한 진학강의를 상상해보라. 그러면 알 것이다.학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달래주려하지만 결국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 대학입학설명회 진학강의. 나는 그래서 단호하게 거절한다.


마지막에 흥정은 학교교육담당자의 곤란한 목소리로 전해진다. 강사료. 강사료는 얼마나 드려야 하나요? 라는 질문이 온다.


나는 장사가 아니라 솔직히 말하면 강사료를 흥정하는 일이 불편하다.  그래서 말한다. "정해진 예산에서 최선을 다해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라고.


원하시는 것이 최고의 강의시라면, 나는 최고의 강의를 하는 강사니까 원하시는 최고의 강의에 맞도록 최선을 다 해주시면 된다. 나는 1시간 강의에 수 백만원 받는 강연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일이십만원에 움직이는 강사도 아니다. 그러니 그 안에서 적당히 주시면 된다.


나는 더 이상 소속된 교사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가격 흥정하는 장사가 아니라서

내가 하고싶고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최고의 강의를 하고 있는 강사라서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공샘두줄 [일상 유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