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1

내일을 기대하며 : 첫 출근

by NaeilRnC

내 꿈은 원래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었다. 아버지. 나에게 이 단어는 짠하면서도 무겁고 어렵고, 멀었다.

가끔 친구들이 부모님을 "아빠", "엄마"로 부르는 걸 보면 그게 가장 부러웠다. 나는 그 말이 입에 붙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일찍 결혼하고 싶었고, 좋은 아버지가 아니라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함'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얼마나 많은 견딤과, 얼마나 많은 극복 위에 서 있는지.


어려서부터 휴일마다 인력시장에 나가 막일로 용돈을 벌었다. 고등학생 때는 장의사를 따라 염습(斂襲) 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힘들거나 짜증 나거나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그게 그냥 살아가는 일이었다. 그냥 일상이었다.


대학생 때, 난 여름방학이 싫었다. 방학 내내 땡볕에서 '막일'을 하며 돈을 벌었는데 동기들은 내가 여행을 다녀온 줄 알았다. 하지만, 난 그게 '조롱'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1학년때 휴학을 하고 막일을 하러 가던 길에 동기를 만난 적이 있었고, 그 일이 소문 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설명'하는 게 더 피곤했다.

창피하거나 부끄러움보다 졸업하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일 중독자가 되어갔다. 일은 내게 대가를 줬고, 더 많은 대가를 얻으려면 성과가 필요했다. 성과를 내면 다음이 열리고, 다음의 열리면 숨이 조금 쉬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숨을 사기 위해 계속 일했다. 그러다가 구안와사가 찾아왔다. 그때 깨달았다. 회사는 개인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 뒤로 나는 연봉을 높이고, 배우고 싶은 방법론을 좇아 잦은 이직을 했다. 문제는 '쌓인다'라고 믿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흩어졌다'는 데 있었다. 조각난 경력은 하나의 서사로 정리되지 않았고, 그럴수록 욕심은 더 커졌다. 배우고 싶은 욕심과 더 벌고 싶은 욕심. 그런데 끝내 막히는 지점은 나이였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성과가 좋아도,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경력을 가진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OO재단"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면접 예정자 3명이 오지 않아 나는 혼자 면접을 봤다. 그날 면접장은 조용했고, 나는 그 조용함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마치 나를 위한 자리였던 것처럼, 혹은 내가 버텨온 시간에 대한 '답장'처럼.


그리고 내일, 다시 첫 출근을 한다.


그곳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나는 그곳에서 다시 정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연구용역을 해 왔다. 이번 선택이 경력의 연장이 아니라 단절이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나도 안다. 그 단절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내일의 출근은 커리어를 다시 쌓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새로운 꿈을 다시 시작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저, 이번에는 정말로, 열심히, 그리고 오래 잘 다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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