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21

일요일 밤 증후군(Sunday Night Syndrome)

by NaeilRnC

오래전부터 일요일 밤이 되면 잠을 못 자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2011년부터다.

일요일 밤에 뜬눈으로 버티다가 월요일에 출근하는 일이 거의 습관처럼 이어졌다.

사람들은 월요일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다.
나는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 밤이 싫다. 월요일은 어차피 오면 온다.
문제는 일요일 밤이, 월요일을 미리 데려온다는 점이다.


나의 주말 루틴은 주로 ‘널부러짐’이다. 심지어 한때는 금요일 퇴근길에 담배 두 갑, 캔커피 두 개를 사 들고 들어가서… 월요일에 집 밖에 나온 적도 있었다. 주말을 ‘쉰’ 게 아니라 ‘방치’한 셈이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일요일은 늘 잠이 안 왔다. 이 불면증을 해결해 보겠다고 별의별 시도를 다 해봤다.


일요일에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보기

토요일 밤을 새우고 일요일 저녁에 기절하듯 잠들어 보기

일요일에 외부 활동을 빡세게 해서 몸을 털어 넣기


결론은 대체로 같았다. 잠은 안 오고, 월요일만 더 힘들었다.

몸을 혹사시키면 잠이 와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일요일 밤에는 몸보다 머리가 더 오래 깨어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멜라토닌을 먹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 이게 되네?” 싶더니, 금방 평소의 나로 돌아왔다.
내성이 생긴 건지, 두 알을 먹어도 잠이 안 왔다.

그러다 얼마 전엔 감기약을 먹고 멜라토닌을 먹었는데 그날은 잠이 왔다.
깊게 잔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꿈을 꾸면서도 “아 이건 꿈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얕게 잤다.
그런데 아침에 상쾌했다.


그러니까 내 문제는 ‘수면시간’이 아니라, 일요일 밤의 각성일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일요일 밤의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을까?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긴 하다.

일요일에도 출근하는 것. 출근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에,

회사에 나가 멍 때리고 돌아오면… 그날 밤에는 잠을 잘 잘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해결이 아니라 항복이다.
주말에도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빡센 회사에 들어가야 가능한 방식인데, 이제는 그 ‘짓’을 하고 싶지 않다.

컨설턴트는 무자비한 직업이다. 가끔은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소’를 키우는 느낌이다.
예전에 한우목장을 가진 분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은 꽤 부유했지만 그 일을 언제든 그만두고 싶어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시간이 없어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기간에도 소 먹이를 주러 돌아와야 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컨설턴트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과업기간은 ‘무조건’이다.

혼자 일을 떠안고 있으면, 정말 초상을 치르면서도 회사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클라이언트에게 담당자의 초상은 “너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2011년부터 내가 일요일 밤마다 잠을 못 잤던 이유는… 결국 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금은 왜 잠이 안 올까? 지금 회사가 예전만큼 빡센 건 아닌데도, 일요일 밤은 여전히 나를 붙잡는다.

생각해 보니, 지금 회사에도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뭔가가 있다.

‘그놈’


나보다 어린, 나의 직속 상사. 그런데 결정권은 없고 직급은 높은 상사.
그리고 본인은 일을 “잘한다”라고 믿고 있는 상사.


어제 잠들기 전, 나는 그 사람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을 시작했다. 그 고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잠자리에 누운 10시가 12시를 넘어갔고, 이제 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덜 풀린 분노가 또 그 사람과의 논쟁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게 일요일 밤의 진짜 문제다. 일요일 밤은 하루가 끝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참았던 것들이 조용히 정리되지 못한 채 다시 살아나는 시간이다. 월요일은 아직 오지 않았는데, 나는 이미 월요일의 기분으로 침대에 누워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잠을 못 잘 것 같다. 정확히는,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재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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