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3

이런 건 좋아... 하지만

by NaeilRnC

출근 2일 차. 오늘은 어제 휴무자였던 2명이 합류하여 완전체를 이루었다. 그리고 옷 두 벌이 생겼다. 하나는 깔깔이, 또 하나는 스웨터 같은 옷이었다. 기율이 센 조직일수록 단합을 위해 단체복을 입는다. 이곳 역시 겉보기와 달리 수직구조의 분위기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혔다. 하긴,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오로지 일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내부감시시스템이 '주의'의 의미는 아니니까.


오늘 아침은 어제보다 늦게 출근했다. 한때 출근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던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아침에 생전 안 먹던 밥을 지어먹고 8시에 출발해도 30분이면 회사에 도착하다 보니 그 점은 너무 좋았다.


하지만 흡연자가 혼자라는 점이 왠지 모르게 나를 외롭게 만든다. 한때 담배타임은 정보공유 및 소통의 시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그저 근무시간의 일탈로 취급된다. 모두들 "기호식품"이라며 인정하긴 하지만 그 친절함이 오히려 '벽'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오늘의 ‘이런 건 좋아’는 거창한 게 아니다. 출근길이 짧다는 것, 아침을 조금 덜 서두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은 사람들이 전부 나쁘지 않다는 것. 이 정도면 충분하다. 충분해야 한다.


점심시간은 어제보다 불편했다. 완전체가 되니 오히려 테이블이 갈렸고, 새로 온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빤쓰런을 봐왔던 그들에게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업무는 여전히 낯설었지만, 어제보다 더 많은 일들이 비처럼 내려왔다. 아직도 구매와 추경에서 허우적거리는 나에게 전임자가 널어놓고 나간 일들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되었고, 나는 생전 처음으로 공문서를 작성했다.

마치 늘 해오던 일처럼, 업무지시는 "예전처럼 해"라고 쏟아졌다.


심지어, 그 빗물은 내 주변으로 튀었고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의 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온전히 나를 도와주지 못했다. 우산은 있지만 홀랑 젖어드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담배도 피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막혀있었고, 스트레스가 어제 내린 눈처럼 쌓였다.


사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용어가 문서작성 방법이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과 많이 달랐다. 나는 속으로 '그동안 부정적으로 여겼던 공무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바케지만, 어떤 공무원은 내가 지금 허우적거리는 이 일들을 막힘없이 처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생전 처음으로 공무원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퇴근 무렵, 또다시 날아온 '나의 몫'에도 모두 퇴근을 한 상황이라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퇴근한 분이 나의 일이라며 메신저가 아니라 메일로 뭔가를 던져놨기 때문이다. 아, 친절함 끝에 묻어있는 독을 만진 기분. 그래. '난 내 할 일을 했고, 넌....'. 순간 내가 연재하던 '회사의 문장들'이 생각났고 오기가 생겼다.


'좋아! 오늘까지만!'이라는 오기가 생겼다. 나도 한때 일하다가 구완와사를 맞았던 사람이다. 방법을 모를 뿐이지, 방식이 다를 뿐이지, 이 일은 그동안 내가 해 왔던 일보다 훨씬 쉽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어차피 난 집도 가깝고, 초과근무를 하면 챙겨주는 회사니까. 이번 기회에 수당보다 대체시간을 더 챙기고 싶었다.


그동안 나는 휴가를 '먹는' 걸로 알고 있었던 사람이다. 휴가는 달콤하지만, 난 어차피 집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냥 널브러져 있을 시간만 있으면 된다. 어차피 이곳에 입직하면 박사과정 따위 버릴 생각이었다. 오늘까지만 일찍 간다. 내일부터 난, 이 회사의 벽지요. 공기가 될 것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렇게 생각하니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졌다. 내일은 나에게 '좋은 날'이 될지, 아니면 또 숨 막히는 날이 될지 모르지만, 기율이 센 조직일수록 위기에 대처를 잘한다. 그들에게 '돈'보다 '가오'가 더 중요하니까!


다짐은 했지만, 담배를 양껏 피울 수 없다는 게 참 서글프다. 비흡연자들은 모르겠지만 담배를 피울 때 큰 한숨이 흡연자들에게는 정말 많은 위안이 된다. 그래서 이하이는 숨을 크게 쉬어 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난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뭔가 고민에 가득 찬 흡연자가 생각난다. 내가 한 때 그랬다.


어떤 이는 그런 나에게 한숨 크게 쉬면 머리가 커진다고 농담을 했지만, 난 차라리 머리가 커져서 뇌의 용량이라도 늘어나면 더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 회사는 한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하지만, 윗도리가 생겼고 담배를 적게 피우는 나를 더 좋아해 주는(정말 너무 좋아서 웃다가 눈물까지 흘리던)

그녀를 생각하면 '이런 건 좋아'라는 생각이 저절로 안 들 수 없다.


하지만. 내일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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