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5

피곤한 꿈과 하루

by NaeilRnC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뭔가 꿈을 꾸긴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신들린 것처럼 꿈을 꿀 때가 있었다. 데자뷔라는 느낌만큼 생생한 꿈을 현실에서 직접 겪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꿈을 꿨다는 건, 나에게 앞으로 뭔가가 일어날 징조다.


이력서를 제출할 때도, 면접 보기 전날에도, 입사하기 전날에도 꿈을 꾸었다. 하지만 오늘의 꿈은 기억나지 않는다. 불안감일까? 아니면 어제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일까? 아침부터 온갖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꿈에 대한 결과가 조금 전에 드러났다. 나의 지도교수였던… 아무개 교수.

약 일주일 전, 아는 형님을 만났다. 그 형님은 모든 잡기에 능한 매우 훌륭한 분이었는데 브런치도 그분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날 형님은 내 연구계획서를 보고, 당신의 선배가 행정학 교수라며 그 선배에게 내가 다니는 대학원의 교수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반신반의였는데, 오늘 아무개를 아느냐고 연락이 왔다. 그 아무개가 나를 버린 지도교수였다고 하자, 형님은 한숨을 쉬었다. 젠장. 이런 현실이 올 거라, 기억도 나지 않는 그 꿈속에서 나는 이미 겪었구나.


형님은 잠깐 말을 멈췄다. 내가 뭐라고 덧붙이지도 않았는데, 그 한숨만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그럼… 다른 분 알아봐야지.”


형님은 쉽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이 쉽게 들리지 않았다. ‘다른 분’이라는 말은 간단한 대체가 아니다. 내겐 관계의 재시작이고, 설명의 반복이고, 또 한 번의 검증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버려졌다’는 사실을 다시 꺼내서 다시 설명해야 하는 일이다.


나는 아직도 그때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왜 멀어졌는지, 무엇이 어긋났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확실한 건 한 가지뿐이었다. 나는 지도교수를 잃었고, 그 뒤로 ‘연구’는 능력이 아니라 ‘운’과 ‘관계’의 문제처럼 느껴졌다.


형님은 내 연구계획서를 들고 “내용은 괜찮다”라고 했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계획서는 괜찮은데, 계획을 받아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나는 전화를 끊고 한참 멍하니 있었다. 오늘 아침부터 쌓이던 피로가, 갑자기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아, 나는 또 ‘관계’ 때문에 피곤하구나.


회사에서도 그랬고, 학교에서도 그랬다. 업무는 배우면 된다. 논문도 결국 쓰면 된다. 그런데 관계의 온도는 내 의지로 바뀌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그 온도에 맞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꿈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은 이상하게 더 불길하다. 형체 없는 불안은 하루 종일 따라다니고, 결국 어떤 사건이 그 불안을 현실로 만들어 버린다. 오늘은 그 사건이 ‘아무개 교수’였다.


내가 피곤한 건, 잠을 못 자서가 아니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버려지지 않기 위해, 하루를 먼저 증명하며 살고 있다. 꿈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현실만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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