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 신밧드야 오늘은 어디로 가나 우리 모두 듣고 싶다 얘기 보따리(아라비안 나이트)
갑자기 어렸을 때 보던 ‘신밧드의 모험’이 생각났다. 오늘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로또 추첨날이기 때문이다. 줄 것도 아니면서도, 로또가 당첨되면 뭘 해야 할지 기쁨의 시나리오를 짜는 일은 오늘같이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주말에 딱 맞는 즐거움이다.
오늘 뽐뿌에서 연금복권이 당첨되면 회사를 그만둘지 계속 다닐지에 대한 글을 봤다.
아직도 그런 걸 고민하나 싶다가도, 사실 부먹과 찍먹처럼 세상에는 끝까지 결론이 안 나는 질문이 많다.
요즘은 이런 걸 ‘밸런스게임’이라고 한다는데, ‘Life is C between B and D’라는 말처럼 인생이 고민의 연속이라면… 직장인 인생은 조금 다르다. 직장인에게 선택지는 세 개뿐이다.
‘일하기 싫어’, ‘출근하기 싫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래도 가야지’
나도 한때는 그랬다. 그래서 퇴근을 안 한 적이 많다. 어차피 내일 또 나와야 하는데, 집에 갔다 오는 시간만큼 회사에서 쉬고, 잠잘 시간을 조금 쪼개 남은 일을 하자는 주의였다. 지금 생각하면 성실한 것도 아니고, 건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몸으로 체념을 배우는 방식이었다.
최근에 입사한 회사는 직원이 총 9명뿐이지만, 나름의 책임감이 강한 조직이었다.
상권활성화. 중앙정부도 못하는 일을, 9명뿐인 이 조직은 매일 열심히 하고 있다. 적어도 열심히는 한다.
“열심히”라는 단어가 이 회사에서는 감정이 아니라 업무량으로 증명된다.
며칠 전부터 우리 회사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건 ‘민원’이었다. 민원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제일 머리 아픈 건 ‘아는 사람’의 민원이다. 익명성 뒤에 숨어서 자기가 받지 못한 혜택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그 불만으로 여러 사람을 괴롭히는 방식. 이런 민원은 특히 책임감이 강한 조직의 사기를 가장 빠르게 깎아먹는다. 더 무서운 건 민원이 내용이 아니라 온도로 들어온다는 점이다. 문장은 정중한 척하지만, 정중함 속에는 늘 칼끝이 있다.
지원금이라는 무주공산이 마치 처음부터 자기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던 오만한 누군가는 그 혜택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자 '내가 갖지 못하면 아무도 못 갖는다'는 범죄자처럼 행동한다. 그것도 익명성 뒤에 숨어서. 하지만 조직은 개인보다 훨씬 무섭다는 걸 그는 모른다.
우리는 그가 누군지 이미 다 알고 있다. 왜냐하면, 지원금이 얼마라는 정보는 소수만 알고 있던 기밀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무력화시킨다. 뒤에서 모함하지만 웃으며 앞에 나타나는 이중성.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이때 죽어나는 건 결국 또 사람일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 같은 중간지원조직은 행정과 시민 사이에서 새우처럼 버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행정이 나서서 정리해 줘야 하는데, 곧 선거가 있으니 그것마저 쉽지 않다. “해결”이 아니라 “관리”만 남는 시간. 그게 선거 앞의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다시, ‘로또가 된다면’을 상상한다. 예전엔 그 상상이 단순했다. 당첨돼도 퇴사는 없다.
예전에는 로또가 약간의 탈출 가능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로또를 상상하는 이유는 그것이 도피는 될 수 없지만 적어도 숨은 크게 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나는 로또가 당첨되면 제일 먼저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둘 것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든, 하루만큼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요즘 제일 갖고 싶은 복권이다. 돈이 아니라, 하루.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신밧드야 오늘은 어디로 가나.
어쩌면 오늘의 모험은 당첨이 아니라, 당첨이 아니어도 다시 월요일을 버티는 쪽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