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전 10:21 | 나]
오늘 OOO 생일인데… 선물 뭐 해줘야 하나 고민이네.
[오전 10:21 | ♥]
그러게. 예전엔 대충 해도 됐던 것 같은데, 요즘은 갈수록 어려워.
[오전 10:22 | 나]
덜 친한 사이일수록 더 민감하잖아.
너무 가벼우면 성의 없어 보이고, 너무 무거우면 부담이고.
[오전 10:22 | ♥]
그럼 케이크나 기프티콘?
[오전 10:23 | 나]
문제는 기프티콘도 ‘성의’로 갈리더라.
커피 한 잔은 ‘대충’, 케이크는 ‘그래도 생각함’…
근데 케이크도 브랜드 잘못 고르면 ‘센스 없음’ 소리 듣고.
[오전 10:23 | ♥]
ㅋㅋㅋㅋ 선물로 뭔가 평가받는 느낌이지?
[오전 10:24 | 나]
진짜 딱 그거야. 주는 사람은 긴장하고, 받는 사람은 비교하고.
선물이 아니라 점수표 같아.
[오전 10:24 | ♥]
그럼 비타민 같은 거? 무난하잖아.
[오전 10:25 | 나]
영양제도 사람마다 다르잖아… 괜히 보냈다가 “나한테 관심 없나?”로 번역될까 봐.
차라리 홍삼이 안전빵인가.
[오전 10:25 | ♥]
ㅋㅋㅋㅋㅋ 지금 “최소 리스크 선물” 찾는 중이네.
[오전 10:26 | 나]
맞아. 선물 고르는 게 아니라 ‘오해 안 받는 법’을 고르는 기분이야.
[오전 10:26 | ♥]
그럼 질문 바꿔.
OOO가 평소에 뭐 좋아해?
[오전 10:27 | 나]
그게 문제지… 모르겠어.
그래서 더 고민하는 거고.
[오전 10:27 | ♥]
…그럼 오빠 생일엔 뭐 갖고 싶어?
[오전 10:28 | 나]
난 그냥 너만 있으면 된다니까. 딱히 필요한 것도 없고.
[오전 10:28 | ♥]
그 말 제일 위험한 거 알지?
“아무거나” 해놓고 나중에 서운해지는 루트.
[오전 10:29 | 나]
ㅋㅋㅋㅋ 아니 진짜야. 나 요즘 물욕이 없어.
[오전 10:29 | ♥]
근데 저번에 보니까 향수 거의 다 떨어졌던데.
그거 몇 년째 쓰는 거야?
[오전 10:30 | 나]
한… 5년쯤?
아직 쓸만해. 그리고 향수 비싸!
[오전 10:30 | ♥]
그래도 1000일이랑 생일 같이 챙길 거니까 골라봐.
오빠가 좋아하는 향 있잖아.
[오전 10:31 | 나]
정말 괜찮아. 선물 이런 거 말고… 금이나 사자.
[오전 10:31 | ♥]
ㅋㅋㅋㅋ 금이 더 비싸다!
생일선물은 종종 물건이 아니라 관계의 번역기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이 정도 사이야”를 가격도, 브랜드도 아닌 방식으로 조용히 말해버리는 번역기.
그래서 부담스럽다. 선물 하나로 마음의 크기를 증명해야 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정말 좋은 선물은 대개 증명하지 않는다. 설명도 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를 남긴다.
“나는 너를 평소에 보고 있었어.”
그리고 어쩌면 그 문장 하나면, 충분하다. 요즘 생일선물은 물건보다 ‘의미’로 평가받는 것 같다.
가격이 아니라 마음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막상 마음은 물건을 타고 온다.
그래서 생일이 다가오면 선물보다 먼저 부담이 온다.
‘나는 이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