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콤파란스(Homo comparans)

3. 비교하는 인간

by NaeilRnC

호모 콤파란스는 라틴어 comparare /ˈkɑːmpəˌrɛər/ *(비교하다, 견주다)*에서 따온 말로,

삶을 ‘살기’보다 먼저 견적 내고 환산하며 체감치를 바꾸는 인간을 뜻한다.

Homo comparans /ˈhoʊmoʊ kəmˈpærænz/ 는 그 인간형의 이름이다.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삶의 단위가 바뀐다.
기쁨은 ‘기쁨’으로 남지 못하고, 성취는 ‘성취’로 끝나지 못한다. 무엇이든 누군가의 결과와 나란히 놓인다.

그 순간부터 내가 가진 것은 숫자가 되고, 내가 못 가진 것은 빚처럼 느껴진다.

같은 하루를 살았는데 체감은 달라진다. 비교는 사건이 아니라 렌즈다. 렌즈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호모 콤파란스는 대개 세 단계로 움직인다.

첫째, 기준을 만든다. 남의 연봉, 직함, 연애, 몸무게, 팔로워. 기준은 늘 ‘나’가 아니라 ‘타인’에서 온다.
둘째, 환산한다. “나는 지금 어느 위치지?” 삶을 점수로 바꾼다. 점수는 편하지만 잔인하다.
셋째, 감정을 조정한다. 내가 잘해도, 누군가가 더 잘하면 그건 ‘잘한 것’이 아니라 ‘덜 못한 것’이 된다.


비교는 늘 합리적인 얼굴로 온다. “현실을 보자.” “시장가를 보자.” “요즘은 다 그래.”
하지만 비교가 현실을 보여주는 순간도 있고, 현실을 왜곡하는 순간도 있다.

비교는 자주 삶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불안하게 보기 위해 쓰인다.

나는 내 삶을 사는 중인데, 평가표는 계속 옆으로 열린다.


전형적인 장면은 이렇다. 누군가의 소식이 도착한다.


“이번에 이직해서 연봉이 올랐대.”
“결혼한다더라.”
“몸무게가 10kg 빠졌대.”


그 소식은 나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하루의 온도가 떨어진다.
내가 잃은 게 없는데, 내가 뒤처진 것 같다. 비교는 ‘사실’이 아니라 체감을 움직인다. 그래서 비교는 무섭다.

비교가 만든 건 정보가 아니라 기분이고, 기분이 만든 건 결론이다.


“나는 안 되는 쪽이구나.” “나는 늦었구나.” “나는 부족하구나.”


더 교묘한 비교도 있다.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비교.
“그래도 나는 저 사람보단 낫지.”

이 비교는 잠깐 따뜻하지만 오래 차갑다. 남을 깎아 만든 위안은 결국 나를 지탱하지 못한다.

비교는 위로처럼 시작해도, 결국 평가로 끝난다. 평가의 끝은 대부분 피로다.


그래서 나는 이 유형을 따로 불러야 했다.
비교는 동기부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교가 습관이 되면, 삶은 ‘경험’이 아니라 ‘순위’가 된다.

기쁨은 결과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바뀌고, 관계는 관계가 아니라 비교의 재료가 된다.

나는 이 사전에서, 비교가 만들어내는 그 체감의 변형을 기록하고 싶다.

비교가 시작되는 순간 삶의 체감치가 바뀐다는 사실을, 정확히 불러두고 싶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비교했나. 그리고 그 비교는 당신의 하루를 얼마나 낮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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