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오늘 깨달았다. 난 그동안 너무 즐겁게 살았다.
막! 그냥 막 살아온 결과, 폐급이 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정말 오랜만에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금요일에 등록을 하고 오늘부터 시작한 운동은 1시간이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런닝 10분은 아주 상쾌했다.
내 심장이 깨어나는 느낌, 콧구멍 속으로 이마의 땀이 들어가 매콤해지는 그 감각.
몸이 그제야 "살아있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웨이트에서 무너졌다.
상체운동을 가볍게 15kg으로 시작했다. 15회 3세트.
이름도 기억이 나지 않는 상체기구 두 개를 오가며 운동을 하다 보니 목이 말랐다.
하지만 이 갈증이 물이 필요한 것보다 자존심이 말라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종이컵이 없었다. 순간 잠시 평택 공장에서 일하던 때가 생각났다.
난 그해 여름, 물이 그렇게 맛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연가시처럼 내 몸속에 물이 끝도 없이 들어가는데, 너무 달았다.
하지만 그때는 물이 생존이었다면 지금은 체면이었다. 그런데 체면을 세울 종이컵이 없다니.
목은 타는데 종이컵을 찾는 사람이 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거친 숨을 삼키며 침을 모으고 있는데,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하체운동도 시작했다.
먼저 계단을 올랐다 10분. 처음에는 그럭저럭 버틸 만했했다.
'역시 하체는 죽지 않았어'라고 느낌이 한순간. 속도를 올렸더니 다리에 감각이 사라졌다.
내가 계단을 걷는 것인지, 계단이 나를 밀어 올리는 것인지 登階之夢(등계지몽)이었다.
그래서 계단을 내려와 또 다른 운동을 시작했다.
크! 예전에는 내 허벅지가 사각형이었는데... 지금의 내 허벅지는 동글동글 어묵 같았다.
다시 한번 영광을 위해 열심히 무게를 들어 올렸지만 3세트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다짐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아니, 벌써 가세요?"라는 관장의 비웃음을 모질게 견디며 오늘은 짧게 운동을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힘들어서 일찍 끝낸 게 아니야! 내일을 위해 물러선 것이야'라는 핑계를 삼키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배가 고프지 않았다. 마치 '여기서 배고프면 니가 죄인'이라는 듯.
오늘은 그냥 집에 가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울고 싶었다. 그렇게 울다 지쳐 잠이 들면 내일은 또 살아지겠지.
아... 오늘 나는 완전 폐급이었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재미를 좇던 결과가 이 정도였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