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 줄 알았어
그렇게 높은 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몸은 다르게 반응했다.
어제는 오른팔이 결리더니 오늘은 왼팔까지 결리기 시작했다. 오른팔은 구부리기도 어려울 만큼 뻑뻑했다.
같은 운동을 했는데도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나는 늘 운동보다 그 다음날이 더 어렵다.
아마 자세가 미세하게 틀어졌거나, 한쪽이 더 보상해서 썼거나, 평소 생활 습관 때문에 좌우 밸런스가 이미 비틀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몸은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원래의 편향’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때 나는 늘 늦게 깨닫는다.
“아, 이럴 줄 알았어.”
많은 사람들이 운동 후 근육통이 생기면 “근육이 생기고 있다”고 믿는다.
나도 한때는 근육통의 원인이 젖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보다 지연성 근육통(DOMS)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즉 운동으로 생긴 미세 손상과 염증 반응, 그리고 회복 과정에서 통증이 뒤늦게 올라온다는 이야기다.
개인차는 있지만 통증은 보통 운동 후 몇 시간 지나 나타나 24~72시간 정도 이어지다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러면 근육통이 있을 때 운동해도 될까? 결론은 단순하지 않다.
핵심은 “아프냐, 안 아프냐”가 아니라 어떤 통증이냐다.
누르면 뻐근하고 움직이면 욱신거리는 정도라면 ‘정상 범위의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찌르는 통증, 관절/힘줄 쪽의 날카로운 통증, 붓기나 열감이 심해지는 느낌이라면 그건 참는 게 아니라 멈추는 게 맞다. 운동으로 몸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어느 정도의 근육통은 감내해야 한다.
근육통이 항상 근성장의 증명서는 아니지만, 근성장을 만들 때 동반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건 맞다.
다만 극한으로 몰아붙여서 일주일 내내 몸이 망가진 채 쉬어버리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많다.
결국 중요한 건 ‘더 아프게’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자극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내 고민은 운동을 아침에 할지, 저녁에 할지로 넘어왔다.
아침 운동은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끌린다.
하지만 자고 일어난 몸은 경직돼 있다. 워밍업 없이 움직이면 그게 성실이 아니라 무모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저녁 운동은 몸이 이미 풀려 있어서 강도가 잘 나오지만, 퇴근 직후 고강도로 하면 흥분이 올라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특히 피곤이 누적된 상태라면 다음날이 무너진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 내 상황에서는 아침이 더 현실적이다.
야근이 변수가 되는 순간 저녁 운동은 너무 쉽게 깨진다.
반대로 아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이건 했다’가 가능하다.
대신 조건이 있다. 무조건 워밍업, 무조건 무리하지 않기, 무조건 내일을 남겨두기.
그래서 나는 내일부터 이렇게 하기로 정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컵을 마시고, 10분은 무조건 몸을 푼다.
걷기나 가벼운 사이클로 5분, 그리고 어깨·흉추·고관절을 5분.
그 다음 본운동은 30~40분만 한다.
‘한 번에 멋지게’가 아니라 ‘다음에도 오게’ 만드는 수준으로.
강도는 마지막 2~3회가 힘들지만 가능한 정도에서 멈춘다.
과하게 밀어붙이는 날이 아니라, 꾸준히 붙어가는 날을 만들기로 했다.
주 4회만 제대로 해도 충분하다고 스스로 합의했다.
월·목은 하체 위주로, 화요일은 상체와 코어를 가볍게, 토요일은 전신을 가볍게 돌리고 유산소로 마무리한다.
수·금은 회복일로 잡아서 걷기와 스트레칭만 해도 ‘운동한 날’로 인정한다.
근육통이 심하면 같은 부위를 고집하지 않고 다른 부위나 가동성 운동으로 바꾼다.
버티는 게 목적이지, 망가지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이럴 줄 알았다. 오랜만에 몸을 쓰면 몸은 꼭 이렇게 말한다.
“너, 생각보다 약하네.”
그래도 이번에는 그 말을 끝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아픈 채로 멈추지 않고, 아픈 만큼 조절하면서, 내일을 남겨두는 방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