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지표에 사는 인간
호모 메트리칸스는 라틴어 metiri /ˈmɛtɪˌraɪ/(재다, 측정하다)에서 따온 말로,
삶을 ‘살아내는 감각’보다 측정값(지표)으로 확인하며 존재를 증명하려는 인간을 뜻한다.
Homo metricans /ˈhoʊmoʊ ˈmɛtrɪkænz/ 는 그 인간형의 이름이다.
지표는 편리하다. 지표는 명확하다. 지표는 비교도 쉽다. 문제는 지표가 ‘도구’에서 ‘판단’가 되는 순간이다.
호모 메트리칸스의 하루는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시작한다.
어제 잠을 얼마나 잤는지, 깊은 수면이 몇 분인지,
오늘 체중이 얼마인지, 걸음 수가 몇인지, 집중 시간이 몇 분인지.
기분이 어떤지는 늦게 묻는다. 먼저 묻는 건 늘 같다. “그래서 숫자는?”
그가 믿는 건 경험이 아니라 증거다.
즐거웠는지보다 “기록이 남았는지”가 중요해지고,
회복됐는지보다 “회복 점수”가 중요해진다.
몸은 피곤하다고 말하는데, 앱은 “양호”라고 말한다.
그때 호모 메트리칸스는 몸보다 앱을 믿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이 많다.
지표는 원래 ‘일부’만 담는다. 그런데 호모 메트리칸스는 일부를 전부로 착각한다.
그래서 삶이 점점 얇아진다.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것들이 하찮아지기 때문이다.
멍하니 걷던 산책은 “운동량이 부족한 시간”이 되고,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휴식은 “생산성 손실”이 된다.
만남은 “의미 있는 네트워킹”이 되어야 정당화된다.
지표가 붙지 않는 순간, 삶은 설명 불가능해지고, 설명 불가능한 것은 불안해진다.
전형적인 장면은 이렇다.
당신은 꽤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무난했고, 크게 힘들지 않았고, 마음도 조금은 가벼웠다.
그런데 밤에 기록을 확인한다.
수면 점수: 보통 이하
걸음 수: 목표 미달
집중 시간: 부족
체중: 어제보다 증가
그 순간, 하루의 결론이 뒤집힌다. 실제로는 살아냈는데, 숫자 앞에서는 “실패한 날”이 된다.
호모 메트리칸스는 이렇게 산다. 살아낸 감각이 아니라 측정된 결과로 자신을 채점한다.
그래서 그는 자주 불안하다. 불안은 사건에서 오지 않는다. 미측정의 공백에서 온다.
기록이 없으면 한 일이 없는 것 같고, 점수가 낮으면 내가 낮아진 것 같다.
지표는 삶을 돕기 위해 있었는데, 어느새 삶을 심판한다.
나는 이 인간을 따로 불러야 했다.
지표가 늘어나면 삶이 객관화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삶의 언어가 숫자로 바뀌는 것에 가깝다.
숫자 언어는 빠르고 강력하지만, 미묘한 것을 잘라낸다. 정작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
이유 없는 기쁨이나 말 없는 위로, 설명할 수 없는 확신은 대개 측정되지 않는다.
당신은 요즘 무엇으로 자신을 확인하나. 느낌인가, 아니면 숫자인가.
그리고 그 숫자는 당신을 돕고 있나, 아니면 당신을 재단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