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성의 사회구조와 신뢰 거버넌스의 조합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미래의 선택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인구·노동·정주 구조 변화에 제도적으로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의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행정안전부, 2025a; 법무부, 2025).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은 2024년 11월 1일 기준, 3개월 초과 국내 거주 외국인주민이 약 258만 명 규모이며 총인구 대비 5% 수준임을 제시한다(행정안전부, 2025a). 법무부 출입국 통계는 인구 대비 체류외국인 비율이 2024년 5.18%, 2025년 5.44%로 상승했다고 제시한다(법무부, 2025).
다만 두 통계는 개념 정의와 포괄 범위가 다르다. 행정안전부 통계는 ‘외국인주민’(지자체 생활기반, 장기거주 중심)이고, 법무부 통계는 ‘체류외국인’(출입국·체류자격 기반)으로 산출체계가 달라 단순 비교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행정안전부, 2025b).
요컨대 다문화화는 담론의 유행이 아니라, 거주·체류 인구의 규모가 교육·노동·복지·치안·지역서비스의 표준 가정을 바꾸는 수준으로 진입하고 있는 구조변화로 이해해야 한다(행정안전부, 2025a; 법무부, 2025).
다문화 전환이 자동으로 공동체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양성이 증가하는 국면에서 신뢰와 연대가 약한 사회는 갈등을 빠르게 정치화·도덕화하기 쉽고, 정책은 상징적 처방에 머물 위험이 있다(Putnam, 2007).
Putnam(2007)은 다양성이 장기적으로 사회의 역동성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공동체 수준의 신뢰와 사회자본이 약화되는 패턴이 관측될 수 있다고 논의한다. 이 논의의 요지는 “다문화는 나쁘다”가 아니라, 통합정책과 제도적 설계가 부재할 때 신뢰 비용이 현실의 갈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실질적으로 “다문화화가 진행되는 조건에서 신뢰 하락과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통합의 성과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는 무엇인가”로 재구성된다(Putnam, 2007; Bovens, 2007).
다문화 논의가 개인의 태도나 문화 차이로만 환원될 때 정책 실패는 ‘적응 부족’이라는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기 쉽다(Portes & Zhou, 1993). Portes & Zhou(1993)는 이민 2세대의 통합이 단선적 경로로 수렴하지 않으며, 수용 맥락과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상향 이동·정체·하향 이동 등 다양한 경로로 분절될 수 있음을 논의한다.
이 관점에서 통합정책은 “개인이 잘 적응하면 된다”가 아니라, 교육·노동시장·주거·차별 경험·지역사회 수용성 등 구조 변수가 통합 경로를 어떻게 분기시키는지까지 포함하는 제도 설계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Portes & Zhou, 1993).
다문화 정책은 선언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역할과 책임의 배분, 그리고 그 배분이 현장에서 지켜지게 만드는 책임성(accountability) 메커니즘이다(Bovens, 2007; OECD, 2019).
Bovens(2007)는 책임성을 “행위자가 포럼에 대해 설명·정당화할 의무를 지고, 포럼은 질문·판단·제재(또는 결과)를 통해 통제할 수 있는 관계”로 개념화한다(Bovens, 2007).
OECD(2019)는 분권을 권한 이양이 아니라 권한·책임·재원의 이전으로 이해하며, 다층 거버넌스에서 기능·책임 배치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OECD, 2019).
이 논리를 다문화 통합에 적용하면, 통합정책의 성패는 중앙–광역–기초–학교–현장기관–지역사회가 각각 무엇을 책임지고 어떤 성과지표로 평가되며 어떤 환류가 작동하는지에 달린다(Bovens, 2007; OECD, 2019).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를 찬반의 가치논쟁이 아니라 구조변화에 대한 제도 설계의 문제로 재구성하고,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조건을 제시하는 데 있다(행정안전부, 2025a; 법무부, 2025). 이를 위해 세 가지 목표를 설정한다.
첫째, 한국의 다문화화가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공적 자료에 근거해 제시하되, 외국인주민과 체류외국인 통계의 정의 차이를 명확히 하여 해석 오류를 방지한다(행정안전부, 2025a; 행정안전부, 2025b; 법무부, 2025).
둘째, 다양성과 사회통합의 관계를 사회자본·신뢰의 관점에서 정리하여, 갈등을 도덕화하거나 개인화하는 설명을 넘어 구조적 메커니즘을 제시한다(Putnam, 2007).
셋째, 통합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 책임성과 다층 거버넌스의 설계임을 정리하고, “다문화로 가야 하는가”를 “어떤 책임 구조로 관리할 것인가”로 재정식화한다(Bovens, 2007; OECD, 2019).
RQ1. 한국의 다문화화는 어떤 구조적 조건(인구·노동·정주·지역)에서 확대되는가(행정안전부, 2025a; 법무부, 2025).
RQ2. 다양성 확대 국면에서 사회적 신뢰와 공동체 결속은 어떤 조건에서 약화되거나 강화되는가(Putnam, 2007).
RQ3. 통합정책의 실패는 어떤 책임성·조정·성과관리의 결합 실패로 설명될 수 있는가(Bovens, 2007; OECD, 2019).
RQ4. 한국 맥락에서 동화주의/다문화주의/상호문화주의는 어떤 조합의 정책모형으로 설계될 수 있는가(Kymlicka, 1995; Zapata-Barrero, 2016).
다문화주의는 다양성 관리에서 핵심을 차이를 사적 영역에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공적 제도 속에서 어떻게 인정·보호·조정할 것인가로 본다(Kymlicka, 1995). Kymlicka(1995)는 자유주의 민주주의의 원리와 양립 가능한 방식으로 소수자 권리를 논증하며, 집단의 성격(이민집단/국민국가형 소수집단 등)에 따라 요구와 정당화 논리가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Kymlicka, 1995).
이 관점에서 한국의 다문화 논쟁은 “허용/불허”가 아니라 교육·노동·복지·지역서비스 접근에서 제도적 포함을 어떻게 설계하느냐로 이동한다(Kymlicka, 1995).
상호문화주의는 권리의 인정만으로는 일상의 접촉과 상호작용을 충분히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보고, 서로 다른 집단이 실제로 상호작용하는 조건을 정책의 핵심 목표로 전환하려 한다(Zapata-Barrero, 2016). 이 틀에서 통합정책은 단순 지원이 아니라 학교·주거·일터·지역공간에서 접촉이 갈등으로 폭발하지 않도록 규칙·중재·협력 과제를 설계하는 지역정책의 성격을 띤다(Zapata-Barrero, 2016).
Putnam(2007)은 다양성이 장기적 이익을 제공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단기적으로는 공동체 수준의 신뢰와 사회자본이 약화되는 경향이 관측될 수 있음을 논의한다. 이는 “다문화가 불가능하다”가 아니라, 다양성 확대 국면에서 신뢰 붕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통합 성패를 좌우한다는 함의로 읽어야 한다.
따라서 다문화 정책은 상징적 문화행사만으로 환원될 수 없고, 지역·현장 단위에서 분쟁을 조정하고 협력을 촉진하는 미시적 거버넌스 장치가 필수적이다(Putnam, 2007; Zapata-Barrero, 2016).
Portes & Zhou(1993)의 분절적 동화는 이민 2세대가 단선적 주류 편입으로만 이동하지 않으며, 수용 맥락에 따라 상향·정체·하향 등 서로 다른 경로로 분기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 틀에 따르면 “다문화로 가야 하는가”는 “우리는 어떤 통합 경로를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할 것인가”로 바뀐다. 통합의 실패를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순간 정책은 실패를 반복한다. 통합정책은 교육·노동시장·차별 대응·지역 수용성이라는 구조 변수의 조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다문화 통합은 중앙정부의 비전만으로 완결되지 않고, 실제 서비스와 갈등 관리는 지방정부·학교·현장기관에서 발생한다(OECD, 2019). OECD(2019)의 분권 개념은 권한 이양이 곧 성과로 이어지지 않으며, 권한·책임·재원이 함께 설계되어야 작동한다는 점을 전제한다.
Bovens(2007)의 책임성 개념에 따르면, 통합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행위자는 설명·정당화 요구를 받고, 포럼은 판단과 결과를 통해 환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다문화 사회의 핵심은 “가야 한다/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통합정책의 목표·지표·예산·집행 책임·갈등 조정 책임·평가·환류 책임이 다층 구조에서 어떻게 배치되는가다(Bovens, 2007; OECD, 2019).
결국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은 가치선언이 아니라 신뢰(사회자본)와 책임성(거버넌스)의 동시 설계를 요구한다(Putnam, 2007; Bovens, 2007).
Bovens, M. (2007). Analysing and assessing accountability: A conceptual framework. European Law Journal, 13(4), 447–468.
Kymlicka, W. (1995). Multicultural Citizenship: A Liberal Theory of Minority Rights. Oxford: Clarendon Press.
OECD. (2019). Making Decentralisation Work: A Handbook for Policy-Makers. Paris: OECD Publishing.
Portes, A., & Zhou, M. (1993). The new second generation: Segmented assimilation and its variants. The ANNALS of the American Academy of Political and Social Science, 530(1), 74–96.
Putnam, R. D. (2007). E pluribus unum: Diversity and community in the twenty-first century. Scandinavian Political Studies, 30(2), 137–174.
Zapata-Barrero, R. (2016). Exploring the foundations of the intercultural policy paradigm: A comprehensive approach. International Journal of Intercultural Relations, 52, 155–166.
법무부. (2025). 연도별 인구대비 체류외국인 현황(’21~’25년).
행정안전부. (2025a). 2024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2024.11.1. 기준).
행정안전부. (2025b). 외국인주민 통계의 정의 및 출입국 통계연보와의 차이 안내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