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62

쉴 수 있어서 다행이야

by NaeilRnC

금요일 행사가 무사히 끝났지만 여전히 할 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나는 그냥 칼퇴를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TV를 틀었다. 밥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빵이 먹고 싶어졌다. 나는 원래 밥식이다. 특히 국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냉장고에 늘 끓여 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구비되어 있다. 그런데 오늘 유난히 빵이 먹고 싶어졌다.


갓 나온 쫀득하고 적당히 질긴 식감.

뭔가 유자청 같은 것이 들어 있어 달달하지만 텁텁하지 않은 속재료.
패스츄리처럼 바삭하면서도 생크림은 과하지 않게 들어간, 상큼한 무언가.


사람은 피곤하면 탄수화물이 당긴다. 사람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해서 힘들면 에너지를 찾는데, 그 에너지의 대부분은 포도당이다. 그래서 몸은 피곤할 때 이렇게 신호를 보낸다.


“빨리 쓸 수 있는 걸 가져와! 현기증 난단 말이야.”


그럴 때 바로 빵이 필요하다. 밀가루와 당분은 몸에 들어오면 금방 포도당으로 바뀌고, 뇌 입장에서는 꽤 훌륭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빵을 먹으면 금방 올랐던 혈당이 또 금방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는 빵을 먹는 상상을 대신 했다. 그럼 일단 기부니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이상하게 주말만 되면 과자나 빵이 당긴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는 당류가 주말에 특히 당기는 이유는 뭘까. 예전에는 금요일 밤 퇴근길에 주로 육류를 샀다. 평일에는 밥 먹을 기운조차 없어서 두유를 주로 먹었지만, 주말에는 보상심리로 고기를 먹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말에 고기보다 탄수화물이 더 당긴다.


예전에는 주말이 되면 “이번엔 제대로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래서 씹고, 뜯고, 굽는 쪽으로 갔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이제는 제대로 먹는 것보다 빨리 위로받는 쪽이 더 중요해진 것 같다.


고기보다 빵이 당긴다는 건 어쩌면 내 몸이 예전보다 더 쉽게 지치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씹을 힘이 없는 건지, 기다릴 힘이 없는 건지, 아니면 주말마저도 뭔가를 차려 먹을 만큼의 의욕이 남아 있지 않은 건지 잘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알겠다.


요즘의 나는 고기를 먹으며 회복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빵을 상상하며 버티고 싶은 사람에 더 가깝다는 것.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은 쉴 수 있어서. 그리고 빵은 내일 먹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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