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면
브런치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은근히 형들이 많다는 점이다.
최근 알게 된 어느 수의사 선생님도 굳이 말씀은 안 하셨지만, 분명 나보다 형이다.
나는 가끔 그런 형들을 떠올린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격동의 80년대를 지나, 아직도 어딘가 ‘낭만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형들.
이 형들은 대체로 순수하다. 오히려 책임감 있고, 묵묵하고, 자기 사람은 끝까지 챙기려는 사람들이다.
다만 문제는 가끔 타인의 말을 너무 곧이곧대로 듣는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말을.
아내의 말. 딸의 말. 그리고 때로는 연인의 말.
여성이 “괜찮아”라고 말했을 때, 그 말이 정말 괜찮다는 뜻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형들은 생각보다 자주 힘들어한다. 내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여자친구와 TV를 보다가 여자친구가 “저거 먹을까?”라고 말하면, 나는 그걸 거의 선언문처럼 듣는다. ‘나 저거 먹고 싶다’는 뜻으로. 그래서 나는 보통 휴대폰을 열고 근처 가게를 찾거나, 아예 옷을 입고 같이 나가자고 한다. 중요한 건 번역이다.
같은 한국어를 써도, 어떤 말은 사전 뜻으로만 들으면 자주 틀린다. 이 시리즈는 바로 그 오해를 줄여 보기 위해 시작했다. 거창한 분석도 아니고, 정답을 가르치겠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의 말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해 보고 싶은 형들에게 작은 참고서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이 시리즈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나처럼 하라”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의 말을 한 번 더 다르게 들어보자는 것. 이 사전은 바로 거기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