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休日 or 空休日
어? 이거 뭔가 어색하다. 분명 아침의 걱정대로 뭔가 일이 터져야 하는데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런 소리를 하면 바로 일이 터지던데, 역시 현실과 영화는 다르다.
브런치에서 맞팔 중인 ‘형님’께서 뭔가를 제안하셨고, 오전에는 몰래 루팡질을 했다.
그래도 시간은 정말 잘 갔다. 원래 오전 시간은 짧으니까. 문제는 오후 시간이다.
경주마는 멈추면 병이 난다. 지금까지 늘 바쁘게 살았고, 심지어 금요일까지만 해도 땀을 줄줄 흘리며 뛰어다녔는데 갑자기 휑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잘 아는 많은 사람들은 내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워커홀릭.”
‘워크홀릭’도 아니고 ‘워커홀릭’이라니. 그 말이 우스워 보이면서도, 사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한때 나를 증명하기 위한 역할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일에 빠져 살기도 했었다.
바쁘게 움직이고, 계속 뭔가를 처리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는 일.
그게 그 당시의 나를 버티게 하는 방식이었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했고, 멈추면 내가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일이 많을 때는 힘들어도 버텼고, 일이 없을 때는 오히려 더 불안했다.
하지만 그렇게 버텨낸 끝에 남은 건 ‘잘난 척’이라는 험담과 ‘우울증’이라는 병뿐이었다.
거기에 하필이면 이맘때쯤, 코인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적도 있었다.
그 일은 단순히 돈을 잃은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내가 붙들고 있던 확신 같은 것들도 같이 무너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좋아졌고, 분명 많이 개선되었다. 예전처럼 무작정 나를 몰아붙이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 타격의 여파는 아직 크다. 그래서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나에게는 여전히 완전한 평화로 느껴지지 않는다. 고요하면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뭔가 빠진 것 같고, 곧 무슨 일이 터질 것 같고,
지금 이 순간을 그냥 누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바쁨 속에서 안심을 찾는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의 이 고요가 반갑기도 하면서 어색하다. 일이 없어서 좋은데, 일이 없어서 불안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예전보다 분명 나아졌는데도 멈춘 시간을 온전히 편하다고 느끼기까지는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어제는 휴식을 위한 公休日이었는데, 오늘은 휴식이 텅 빈 空休日 같다.
발음은 같은데 의미는 다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것조차 버거운 날. 오늘이 딱 그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