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언어 번역기9

응용편 - "좋니?"

by NaeilRnC

오래전 강남의 한 회사를 다니던 여름이었다.

퇴근길, 갑자기 강남대로가 홍해의 기적처럼 갈라지면서 인파 사이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있었고, 걸음걸이도 굉장히 당당했다. 그녀가 지나가자 많은 남성들이 거의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난 그때 문자를 하는 중이어서 그녀의 모습을 못 봤다.

그런데 옆에 있던 동료 누나가 말했다.

“와, 저 여자 미쳤나봐.”


분명 비판처럼 들리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누나는 계속 그 여자를 보고 있었다.

주변의 다른 여성들도 비슷했다. 입으로는 “저게 뭐야.” “왜 저래.” 하지만 눈은 계속 그 사람을 따라간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관심은 항상 말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그때는 옆에 있던 사람이 직장 동료였다. 그래서 그냥 지나가는 장면으로 끝났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 자리에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아마 장면은 조금 달라졌을 것이다.


강남대로를 지나던 그 여성에게 수많은 남자들의 시선이 꽂히고 있었고,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그쪽을 봤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이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좋니?”


짧지만 무서운 말이다. 겉으로 보면 그 여자를 평가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내가 봤는지 아닌지가 아니다. 이미 그녀의 기분은 상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어떤 경우에는 이렇게 번역되기도 한다.


“너 지금 어디 보고 있었어?”


많은 남자들이 여기서 당황한다. 왜냐하면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못 봤어.” → 문제 발생.

“안 봤어.” → 더 큰 문제 발생.


그래서 이 상황에서 중요한 건 논리가 아니라 태도다.


“응? 뭐가?”
“아, 방금 지나간 사람? 난 네가 더 예쁜데.”


이 상황의 핵심은 그 여자의 옷이 아니라 지금 누구와 같이 걷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여성언어 번역기의 응용 교훈은 간단하다. “좋니?” 이 말은 그 여자를 평가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떤 순간에는 이렇게 번역될 수도 있다.


“너 지금 어디 보고 있었어?”

연애에는 가끔 이런 순간이 있다. 눈은 본능이고, 고개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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