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65-1

어제 반차는 신의 한수였다

by NaeilRnC

오늘의 날씨는 비. 아침부터 밖에는 비가 오고, 사무실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이틀간의 공백기간 동안 국장님은 벌크업을 하셨는지, 아침부터 뭔가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1. 특별강연 관련 포스터 내용은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근무일 기준 사흘만에 수정이 필요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2. 취소되었던 19일 행사가 오늘 아침 갑자기 부활했다.

3. 지방선거 일정과 별 상관없다고 했던 사업은 어느새 4월 중 마무리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나의 일이다. 내가 해 내야 하는 웬수같은 일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원래 이래.”


그러면서 갑자기 바뀐 일정과 계획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척은 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건 결국 남의 일이었다. 누구 하나 도와주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나는 아침부터 또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어제의 반차가 더더욱 신의 한수처럼 느껴졌다.


하루만 늦췄어도, 나는 이 폭풍을 맨정신으로 정면에서 맞았을 것이다. 이번 달까지만 근무할 예정인 선임대리는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해 보였다. 점점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고, 말투도 상냥해졌다. 가히 해탈의 경지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반면 그녀 다음으로 이 조직에서 오래 일한 사람, 그래봐야 이제 9개월 차인 사원의 얼굴빛은 점점 안 좋아졌다. 이제 그녀가 이 조직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임대리가 나가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녀의 진급도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사원에서 대리로, 무려 두 단계나 수직상승하게 될 그녀의 표정은 묘했다. 체념한 사람 같다가도, 어떨 때는 반골의 표정을 잠깐 지어 보이기도 했다.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누군가는 떠날 준비를 하면서 점점 평온해지고, 누군가는 남을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점점 무거워진다. 같은 사무실인데 누군가에겐 출구가 보이고, 누군가에겐 입구가 닫히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조직은 늘 이런 식이다. 나가는 사람의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남아 있는 사람의 표정은 굳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은 또 아무렇지도 않게 쏟아진다. 오늘 아침의 폭풍은 결국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빠져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자리를 떠안게 될 준비도 없이 다음 순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 더 비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밖에서는 물이 내리고, 안에서는 일이 쏟아졌다. 그리고 나는 다시 생각했다. 어제 반차를 쓰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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