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65-2

원래 이래! 정말 이게 현실이야?

by NaeilRnC

다른 바쁜 일들을 뒤로하고 오늘은 하루 종일 내일 행사 준비를 했다.

의전을 위해 타임테이블을 만들었고, 교육도 해야 했기 때문에 교육자료도 만들고 있었다.
일정이 17시부터 시작이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이기 위해 3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식당도 찾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18일 저녁 17시 40분. 내일 일정을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뻘짓을 했다. 순간 욕이 나왔다. 다른 건 다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정작 나한테 이 뻘짓을 시킨 사람은 사과 한마디 없지?


사람들은 늘 말한다. “원래 이래.” 갑자기 바뀐 일정과 계획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척은 해준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건 결국 남의 일이다. 누구 하나 도와주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늘 오후에 한 민원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열리지 않는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려댔고, 씩씩거리며 들어와 곧 그만둘 예정인 선임대리를 찾았다. 그분은 예전에 “내 집 앞”을 외치던 분이었다. 집 앞에 설치된 열주등이 고장 나서 한낮에도 어두워 무섭다고, 그래서 고쳐 달라고 하셨던 그분이 오늘 다시 등판한 것이다.


그분을 보면서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 입장에서는 짜증도 났겠지. 내가 불편해서 여기저기 전화를 했는데 핑퐁을 당하다 결국 우리 쪽으로 넘어왔고, 담당자도 있었으니 금방 뭔가 고쳐질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한 달이 넘어도 고쳐지지 않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행정도, 일도, 실무도 결과만 본다는 점이다. 오늘의 행사도 그랬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타임테이블을 짜고, 자료를 만들고, 식당을 찾고, 순서를 정리했다. 하지만 취소 통보는 단 한마디로 끝났다. 민원도 비슷하다. 결과만 보면 단순해 보인다.


“왜 아직 안 고쳐졌냐.”
“왜 횡단보도 하나 못 그리냐.”
“왜 금방 안 되느냐.”


하지만 그 사이에는 늘 설명되지 않는 과정과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예전에 집 앞에 횡단보도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분의 핵심은 “그 흰 줄 몇 개 그리는 게 뭐가 그리 어려워서 몇 년째 요구를 들어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횡단보도는 관할 행정기관이 마음대로 그릴 수 없다. 관할 경찰서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야 하고, 그 회의에서 승인되지 않으면 시장은커녕 시장 할아버지가 와도 횡단보도를 그려줄 수 없다.


물론 일반인들은 이런 구조를 모를 수 있다. 모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 그래야 쓸데없는 오해가 줄고, 엉뚱한 사람을 붙잡고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든다.


예전에 지역개발 연구용역을 할 때마다 내가 줄기차게 강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주민교육이었다.

주민 참여도 중요하고, 주민 의견도 중요하다. 하지만 주민이 행정의 작동 방식을 전혀 모른 채 결과만 요구하면 그 피로는 결국 제일 아래 실무자에게 몰린다. 오늘 내가 하루 종일 허무했던 것도 결국 비슷하다.


누군가는 하루를 다 써서 준비했고, 누군가는 하루를 다 써서 설명했고, 누군가는 하루를 다 써서 맞춰 봤다.

그런데 취소는 너무 쉽게 통보되었고, 민원은 너무 쉽게 밀려왔고, 사람들은 너무 쉽게 말했다.

“원래 이래.”


정말 이게 현실인가. 현실이라면 왜 늘 중간에 있는 사람만 과정까지 다 떠안고 결과까지 욕을 먹어야 하는가.

오늘 나는 행사를 준비하다가 허무했고, 민원을 보다가 피로했고, 사람들의 익숙한 말투를 들으며 더 지쳤다.


원래 이렇다는 말은 대개 이 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래서 더 싫다.


아, 이래서 그 직원이 아침부터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구나. 점심때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곧 그만둘 생각이라는 것. 그리고 이번 채용공고에서 성공적인 진급 후 얼마 후에 나갈 생각이라는 것.

듣고 보니 그 표정이 이해됐다.


진급이 축하가 아니라 탈출 직전의 경유지처럼 느껴지는 조직이라면 사람의 얼굴이 맑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대리님, 혹시 그만두실 예정이면 저한테 귀띔 좀 해주세요. 제가 먼저 그만두게요.”


순간 웃어야 할지, 같이 한숨을 쉬어야 할지 몰랐다.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조금도 농담 같지 않았다.

그리고 난 오늘 남아서 못 했던 일을 끄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