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치명적인 단점
나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기대나 재미가 떨어지면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이 고치려고 노력했는데 특히 직장과 관련된 이 단점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
어차피 조직은 다 비슷하다는 걸 안다. 어디에나 빌런은 있고, 어느 분야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
그래서 내가 직장에서 찾는 재미와 기대, 흥미는 결국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직장동료이고, 다른 하나는 일의 종류다.
직장동료는 나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거리다.
아무리 일이 힘들고, 빌런이 많아도 누군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나는 그 회사에 꽤 오래 다닐 수 있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관심거리는 일의 종류다.
내가 컨설팅 쪽에 오래 다닐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말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주제, 다양한 사람들. 늘 새로운 일이 주어졌고, 그때마다 허덕이며 일을 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나중에는 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다. 고되긴 했지만, 적어도 쌓이는 느낌은 있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곳에 입직한 지 60여 일이 갓 지난 지금, 이곳은 직장동료도, 일의 종류도 모두 나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그래서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 있는데, 그 사람들의 의견도 반반씩 갈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더 버텨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네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참고 다녀”라고 말했었다. 내가 합격했을 때 가장 기뻐해주었던 사람.
그녀 때문이라도 이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기대를 너무 빨리 실망으로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터졌던 크리티컬한 이벤트들이 나를 점점 이곳에서 마음 떠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내가 한 번 마음이 떠나기 시작하면 그다음은 꽤 빠르다는 데 있다.
예전에도 그랬다. 기대가 꺼지고, 재미가 사라지고, 이곳에서 더는 내가 얻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급격히 멀어진다. 몸은 출근해도 마음은 이미 퇴근해 있는 상태. 지금 내가 딱 그 문턱 어디쯤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고민이다. 이게 잠깐의 실망인지, 아니면 정말 마음이 떠나기 시작한 신호인지.
철없는 소리같지만, 나는 내가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하길 바란다. 그래서 정체되는 듯한 느낌이 들면 힘들다. 나는 아직 달릴 수 있는데 난 이 곳에서 왜 포스터를 붙이러 다니고 있고, 영수증에 풀을 붙이고 있어야 하는지 매일 현타가 찾아온다.
그래서 버티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이미 내 마음이 먼저 퇴사를 시작한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내가 이곳에 남으려면 사람이든 일이든 다시 한 번 나를 붙잡아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내 치명적인 단점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발동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