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상한 건가?
오후에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7일 특별강연을 추진했던 국장님이 26일 오후 반차, 27일 연차, 30일 오전 반차를 사용한 것이다. 특별강사를 직접 섭외하고, 행사까지 밀어붙인 사람이 정작 행사 당일에는 쉰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더 재미있는 건,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여전히 그들에게 27일의 특별강연은 남의 일이었고,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원래 그래.”
나는 그 말이 더 이상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왜 나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걸까. 만약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굳이 국장이 행사 당일을 피하는 게 말이 될까? 심지어 그날은 대표이사도 참석하는 날이다. 그런데도 아무도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게 더 이상했다. 그래서 더 답답해졌다.
내가 과하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이 조직의 기준이 이미 너무 무뎌진 건지.
답답한 마음에 여자친구를 만나 이 얘기를 하자, 그 순두부 같은 그녀가 한마디 했다.
“미친 x.”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조금 숨이 트였다. '아,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이상한 건 이 상황이고, 이걸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구나.
생각해 보면 더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국장이 당일 쉰다는 사실보다, 그걸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사람들이다.
“원래 그래”라는 말로 모든 걸 덮어버리는 태도. 그게 더 문제였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당사자인 나에게는 국장의 그런 태도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무관심한 사람들도 더 이상 가까이할 이유가 없다.
나에게 "버텨"라고 했던 그녀가 이직을 준비하라는 말이 나왔다는 건, 지금 내가 속한 이 회사, 이 조직이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녀도 느꼈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곳에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외인구단 같던 조직, 생긴 지 10년도 안 됐는데 최장 근속자가 국장과 팀장뿐인 조직.
1년 8개월을 데이고, 4개월만 더 있으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함에도 떠나는 선임대리.
6월에 1년을 채우고 2계급 진급 후에 그만둘 생각을 하는 사원.
들어온 지 2개월 조금 넘은 내가 보기에 이 조직은 곧 무너질 것 같다. 아니, 그래야 한다.
그리고 난 그전에 이 조직을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