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68

주말을 마셔버렸다.

by NaeilRnC

이번 주말을 위해 내가 준비한 술들은 다음과 같았다.


닷사이 준마이 다이긴죠45.

앙시앙 땅 까베르네 시라.
쿠보타 준마이 다이긴죠.
루나 가이아 지비뽀.


금요일 저녁,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나는 칼퇴를 했고 집에서 찜닭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비뽀를 시작으로 닷사이, 쿠보타, 시라까지 우리는 3리터 가까이 술을 마셨다.

오늘 아침에는 그녀가 순천에서 가져온 백주 3캔과 함께 아점을 먹었고, 저녁에는 소주 620ml 세 병과 막걸리까지 마셨다. 금요일 저녁부터 지금 일요일 0시 50분까지 이틀 동안 우리가 마셔댄 술은 거의 6리터에 가깝다.


이쯤 되면 주말을 보낸 게 아니라 주말을 마셔버린 것에 가깝다. 사람은 힘들면 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쉬는 대신 마신다. 쉬는 법을 몰라서인지, 쉬는 기분이 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그냥 이틀쯤은 아무 생각 없이 무너지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다만 하나는 분명하다. 이번 주말의 우리는 잘 쉬었다기보다 열심히 취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새빨간 얼굴로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다. 주말의 끝이란 어쩌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원래, 우리의 주말은 어딘가를 놀러가거나 힐링을 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주는 나와 그녀 모두 힘들었다.

특히 그녀는 지난 5일동안 20시간도 못 자며 일을 했다. 그리고 나는 지난 5일동안 입에 욕을 달고 지냈다.


어제 퇴근을 하는데 누군가 나한테 말했다.

"대리님은 별로 바쁘신게 없나봐요?"


순간, 입에서 욕이 나올 뻔했다. 정말 몰라서 지껄이는 소리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일부러 비꼬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난 이제 이 곳을 잘 벗어날 생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