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75

회피하지 말고 해피하자

by NaeilRnC

여자친구와 싸웠다. 진해 군항제를 가고 싶어 하던 그녀에게 나는 말했다.


“지금 거기 가면 깔려 죽을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걱정이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걱정보다 상처로 들렸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어제부터 둘 다 조금 지쳐 있었다.


나는 토요일에도 출근했다. 본청 행사였는데 팀장님 혼자 나가신다고 해서, 그냥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금요일 밤에는 여자친구와 가볍게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아직 떡실신해 자고 있는 그녀를 두고 7시에 집을 나섰다. 12시까지 일을 하고 돌아왔을 때도 몸은 이미 많이 지쳐 있었다.


집에 와서 자고 있던 그녀를 깨워 밥을 먹었다. 그때 그녀는 진해 군항제에 너무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에 진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건 내게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었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고, 피곤한 몸으로 다녀오면 서로 더 예민해질 게 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은 그녀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가 밉다고 했다.


평소 같으면 쉽게 넘겼을 말인데, 나도 피곤했던 탓에 순간 서운했다. 나는 나름대로 그녀가 왜 감정적으로 변했는지 안다고 생각했다. 요즘 서로 각자의 일과 주변 사람들 때문에 많이 지쳐 있었고, 그러다 보니 연인에게 기대하는 마음도 예전보다 커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히 벚꽃을 보러 가고 못 가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날 그녀는 군항제를 원했던 게 아니라, 어쩌면 함께 들뜨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관계는 이런 식으로 삐걱거린다. 대단한 사건 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말 한마디와 아주 작은 서운함 때문에 금이 간다. 그리고 이런 균열은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서 더 위험하다. 큰 싸움은 오히려 이유가 분명하다. 하지만 작은 균열은 설명되지 않은 채 남고, 설명되지 않은 감정은 쌓인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회피보다 해피하려고 한다. 말을 안 하려는 사람에게 한 번 더 묻고, 괜찮다고 하는 얼굴이 정말 괜찮은 얼굴인지 다시 본다. 마음에 난 작은 상처쯤이야 시간이 알아서 덮어주겠지 하고 넘기면, 관계는 어느 순간 복구보다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연애는 거창한 이벤트보다 이런 잔금 가는 순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주말 내내 술을 마셔 퉁퉁 불어버린 떡이 되어 지금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나의 그녀. 윤떡,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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