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느낌74-1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by NaeilRnC

오늘 아침, 퇴사를 통보해야겠다고 결심하고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형, 면담 좀 부탁드립니다.”


살짝 움찔하던 팀장님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주요 내용은 이랬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요즘 Y의 잡도리가 유독 집요해졌다는 것. 내가 일을 못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하려고 했지만, 25일 기본급이 달라진 이유를 물었을 뿐인데 오히려 나를 몰아세운 건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


나는 메신저 내용을 팀장님께 보여드렸다. 팀장님은 한참 보시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과가 없네.”


맞다. 내가 제일 이상하게 느꼈던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 경리는 실수를 하면 안 된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늘 완벽할 수는 없다. 정말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상대를 더 짜증나게 만드는 태도였다. 그래서 말했다.


“전 이게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오늘까지 이러면 더는 못 참겠습니다.”


팀장님은 말했다.


“내가 해결할게. 마음고생 많았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순간, 그건 최소한의 예의였고 기본적인 반응이었다.

그래서 나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오늘 말씀드린 내용은 당장 해결을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일단 제가 먼저 해결해보려고 노력은 할 텐데, 잘될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오늘이 아니더라도 제가 나중에 터질 때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이해를 해 주셨ㅇ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면담이 끝나고 9시가 되었다. 그리고 역시나, 하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

어제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오늘도 행사 때문에 분주하다. 아니, 정확히는 분주한 척을 하고 있다.


대표이사 인사말을 수정하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리고 있다. 대표이사에게 전달해야 할 세부 일정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내 행사였다. 그런데 중간에 이상한 시상식이 끼워 넣어지면서 행사가 산으로 가고 있다.


그 와중에 Y는 오늘도 여전히 시비를 건다. 기세가 좀 꺾였는지 대놓고 말은 못 하고, 조용하게 하지만 다 들리게 소곤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놈’이 또 등판했다. 내 행사에 들어와 시간과 일정을 다 꼬아버리더니, 이제는 마치 자기가 주인인 양 행세를 하고 있다. 아, 산을 넘었더니 이번엔 똥물 가득한 강을 만난 기분이다.


그놈은 정말 싸가지가 없다. 나이도 어리고 직급도 팀장님보다 낮은 놈이 팀장님 의견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로 시작해서 “이렇게 가는 게 맞습니다”로 끝나는 그 근자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에는 그래도 뭔가 한 번은 바로잡아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깨닫는다. 이 조직에서는 한 사람과 이야기했다고 해서 하루가 편해지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래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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